中 ‘H7N9형’에 40여명 감염-6명 사망… 국내 ‘H5N8형’은 인체감염 사례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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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전북 고창 소재 한 농장에서 종자오리를 폐사시키고 10km 인근 저수지에서 가창오리 1000여 마리를 죽게 만든 조류인플루엔자(AI)의 정체는 고병원성 ‘H5N8형’으로 밝혀졌다. 특히 철새가 AI에 의해 떼죽음을 당한 것은 아주 이례적인 사례인 만큼 H5N8형이 오리류에 강한 병원성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H5N8형에 인간이 감염된 사례는 아직 보고되지 않아 인간에게는 전염되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인데도 감염시킬 수 있는 숙주(새와 인간 등)가 다른 까닭은 바이러스마다 붙을 수 있는 수용체(시알산)가 정해져 있고 동물마다 기관지 세포에 분포하는 수용체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즉, 인플루엔자는 알맞은 수용체와 결합돼야 세포 안으로 침투해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다른 종류의 AI인 H5N1형은 국내에서 2003∼2004년, 2006∼2007년에 걸쳐 창궐한 적이 있다. 당시 국내에 감염환자가 생기지 않은 까닭은 H5N1형에 인간이 감염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인간에게도 조류와 같은 종류의 수용체가 폐 깊은 곳에 소량 존재하므로 다량의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감염될 수 있다. 사람들이 새와 가깝게 붙어사는 동남아시아,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H5N1형 감염환자가 주로 발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H5N1형의 치사율은 약 59%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648명이 감염돼 348명이 죽었다.

21일 홍콩 밍(明)보 등에 따르면 중국에선 올 들어 최소 52건의 H7N9형 AI 환자가 발생해 6명이 사망했다. 중국 정부가 신종 AI 실태에 대해 공식 발표를 내놓지 않는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는 20일 보고서를 통해 올 들어 중국에서 확인된 H7N9형 신종 AI 확진 환자가 4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WHO는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설) 연휴(1월 30일∼2월 5일)가 AI 확산의 고비가 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베트남에서도 올 들어 첫 AI 사망자가 발생했다. 현지 언론은 고열과 호흡 곤란 등 AI 증세를 보이던 50대 남자 1명이 18일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고 보도했다. 혈액검사 결과 AI 바이러스에 양성 반응이 나타났고 이 환자의 거주지 주변에 사육하던 가금류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폐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필리핀은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를 이유로 중국산 닭, 오리의 고기와 달걀 등의 수입 금지를 결정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중국과 베트남에서 각각 발생한 H7N9형 AI와 H5N1형 AI는 국내에서 발생한 H5N8형 AI와 완전히 다른 바이러스라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 발생한 H5N8형 AI는 전 세계적으로 인체에 감염됐다는 보고 사례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 이샘물 기자
#조류인플루엔자#AI#H5N8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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