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밀려있는 일기, 독서 감상문 어떻게 지도하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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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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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조모 씨(38·서울 은평구)는 최근 초등학교 3학년 자녀의 책상 위에 놓여 있던 겨울방학 숙제를 우연히 보고 적잖이 당황했다. 평소 학교에서 ‘말을 조리 있게 잘한다’고 칭찬받던 아이가 독서 감상문은 짧은 줄거리만 적어 놓았고, 일기는 며칠째 밀려 있었던 것.

실제로 적지 않은 초등생이 방학숙제 중 독서 감상문과 일기를 어려워한다. 일기는 ‘오늘 하루는 특별한 일이 없어서 쓸 말이 없다’고 고민을 하고, 독서 감상문은 대부분을 줄거리로만 채우고 마지막에 ‘주인공은 참 훌륭한 사람인 것 같다’, ‘참 재미있었다’고 쓰는 경우가 많다.

초등생 자녀의 겨울방학 독서 감상문과 일기 지도는 어떻게 하면 효과적인지 살펴보자.

제목, 표지도 독서 감상문 소재


독서 감상문 내용의 대부분을 줄거리로 채우고 마지막에 간단한 느낌을 쓰는 초등생이 적잖다. 이럴 경우엔 독서활동을 통해 사고력을 높이는 학습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초등생 자녀에게 ‘책을 읽고 느낀 점과 배운 점을 적어 보라’처럼 이야기해도 막연하게 느낄 가능성이 높다.

책의 제목부터 표지 등 독서 감상문에 쓸 수 있는 내용은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 책 제목이 ‘불량아빠 만세’라면 제목을 보고 불량아빠는 어떤 모습일지 자녀에게 상상해 보게 할 수 있다.

이언정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책임연구원은 “예를 들어 ‘불량아빠’라는 말은 부정적인 뜻인데 그 뒤에 ‘만세’라는 말이 붙어서 꼭 불량아빠가 나쁘게만은 그려지지 않은 것 같다는 식으로 책을 읽기 전 자녀가 생각한 내용을 쓰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표지도 독서 감상문의 소재가 된다. 책 표지에 ‘불량아빠’를 그린 그림을 관찰하고 보통 아빠와 다르게 옷차림이 특이하다, 머리가 길다,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등 떠오르는 생각에 대해 같이 대화해 보자. “이 책에서 주인공이 왜 아빠를 ‘불량아빠’라고 부를까?” 하고 자녀에게 물어보면서 독서 감상문 지도를 할 수 있다.

‘왜?’라는 질문 던져야

독서 감상문을 쓸 때 중요한 포인트는 자녀가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쓰도록 하는 것. 자녀가 “내 생각은 이렇다”라고 썼으면 학부모는 반드시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물어봐줘야 한다. 초등 자녀에게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생각할 기회를 주면 자연스럽게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

책 줄거리는 독서 감상문 전체 분량의 2분의 1 또는 3분의 1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제목을 쓸 때도 단순히 ‘불량아빠 만세를 읽고’라고 쓰지 말고 ‘불량아빠, 명품 아빠 되다’와 같이 창의적인 제목을 붙일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좋다.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친구나 동생에게 자기가 읽은 책을 소개하는 편지 쓰기 △주인공에게 편지 쓰기 △주인공 입장에서 쓰는 상상일기 △책의 뒷이야기 상상해서 써보기 △책 줄거리를 시로 쓰기 △책 내용을 바탕으로 좋아하는 노래 가사 개사해 보기 등 새로운 형식으로 색다르게 독서 감상문을 쓰도록 도와주면 좋다.

주제별로 다양한 일기에 도전

자녀가 ‘특별한 일이 없다’며 일기에 뭘 써야 할지 고민한다면 △관찰일기 △편지일기 △반성일기 △학습일기 △감상일기 등 주제별로 종류를 달리해 도전하게 해보자.

관찰일기는 특정 대상을 관찰하고 일기에 쓰는 법. 냉장고에 있는 과일이나 채소, 날씨의 변화, 집에서 기르는 식물, 기르는 애완동물 등 소재는 다양하다. 예를 들어 사과를 관찰했다면 사과를 잘라 보고, 먹어 보고, 냄새를 맡아 보고 일기에 글로 옮기는 식이다.

편지일기는 가족, 친구, 선생님 등 주변 사람에게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을 편지 형식으로 일기에 쓰는 것. 일기를 통해 편지글 형식도 익히면서 글쓰기 실력도 높일 수 있다. 자녀가 잘못한 점이 있다면 질책하기 전에 잘못한 일을 스스로 돌아보면서 반성일기를 쓰게 할 수 있다. 아빠와 한 약속을 어긴 일, 선생님께 혼난 일, 친구와 싸운 일 등이 주제가 될 수 있다. 끝에는 앞으로 그런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다음부터 어떻게 할 것인지 각오를 적어보게 하는 것이 좋다.

학습일기는 무언가를 배우는 과정에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이나 어려웠던 것 등을 일기 소재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국어, 영어, 수학뿐 아니라 운동, 악기, 요리 등 어떤 것이든 소재가 될 수 있다. 학습일기는 배운 것에 대해 새롭게 다짐하고 그날 배운 내용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자녀와 함께 TV프로그램이나 영화를 봤다면 그것도 일기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 감상일기가 그것. 줄거리, 등장인물에 대해 자녀와 함께 대화해 보고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이었는지 쓰게 해 보자.

이영신 기자 ly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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