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참여율, 3년 연속 광주 1위-경북 꼴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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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당 ‘헌혈의 집’ 많을수록 높고 농어촌-고령자지역 참여율 떨어져
공장-軍 밀집 울산-강원은 단체헌혈

경북 예천군의 공무원 김현수(가명·27) 씨는 헌혈을 하고 싶지만 하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 김 씨는 2년 전 대구에서 살 때까지만 해도 석 달에 한 번꼴로는 헌혈을 했다. 젊고 건강할 때 할 수 있는 좋은 봉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예천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뒤에는 단 한 번도 헌혈을 하지 못했다. 가장 가까운 헌혈시설인 ‘안동 헌혈의 집’이 50km나 떨어져 있어서다. 김 씨는 이렇게 말했다. “하고 싶어도 못해요. 날씨도 추워지는데 누가 1시간 넘게 버스 타고 가서 피를 뽑을까요.”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희국 의원(대구 중-남구)이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2011∼2013년 9월) 지역별 헌혈 현황’에 따르면 광주가 3년 내내 헌혈 참여율 1위였던 반면에 경북은 매년 최하위로 시도별 격차가 컸다.

○ 접근성·지역정서가 변수

시도별로 헌혈 참여율이 크게 차이가 나는 주요 원인으로는 인구수와 ‘헌혈의 집’ 개수의 반비례 상관관계였다. 적십자사의 2012년 통계에 따르면 국내 전체 헌혈량의 66.2%가 헌혈의 집을 통한 개인 헌혈로 채워질 정도로 비중이 크다.

시도별 인구 100만 명당 헌혈의 집 개수를 살펴보면 서울이 3.5곳으로 가장 많았던 반면에 △경기·경남(이상 1.2곳) △대전·충남·세종(1.6곳) △대구·경북(2.0곳)은 전국 평균인 2.4곳보다 적었다.

특히 1208만 명으로 인구 최다 시도인 경기는 서울(999만 명)보다 200만 명 더 많지만 헌혈의 집은 서울(35곳)의 절반이 안 되는 14곳에 불과했다. 경기의 헌혈 참여율은 3년간 중하위권(12위→12위→13위)에 머물렀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경기와 영남권은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대형 종합병원이 밀집하다 보니 지금까지는 혈액 수요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인구가 늘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헌혈의 집 추가 건설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헌혈의 집 단순 개수 외에 지리적 특성도 큰 영향을 미쳤다. 경북은 인구 밀집지역 간 거리가 멀고 농어촌 지역이 많다. 게다가 채혈 자체가 어려운 고령인구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헌혈의 집을 많이 개설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균질적 집단 헌혈 참여율 높아


생산직 근로자와 군인이 많은 지역은 헌혈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라는 예상도 확인됐다.

대규모 산업단지가 밀집한 울산은 3년간 헌혈 참여율 상위권(3위→2위→2위)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큰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주기적으로 단체헌혈에 나선 것이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역 대표기업인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사원들은 매년 1000명 이상 헌혈을 하고 있다.

강원 역시 꾸준하게 헌혈 참여율 중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인구가 적고 도시 간 접근성도 나쁜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적십자사 측은 “강원에서는 매년 대규모 군 병력이 단체헌혈에 참여한다. 인구가 적지만 헌혈 중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유사시 혈액 부족사태에 대비하고 혈액 수입량을 줄이려면 국내 혈액 수급량을 늘려야 한다. 취약지역에 헌혈의 집을 늘리고 헌혈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헌혈 참여율#헌혈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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