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6년만에 파업… 환자들 “진료 못받나” 발 동동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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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임금인상-선택진료 폐지 요구… 병원 “올해 600억 적자… 비상체제”
응급실 등 필수업무 유지됐지만… 외래진료-재활-콜센터 불편 가중
입원환자 식기-수저 일회용 긴급대체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이 23일 오전 9시 반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본관 1층 로비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고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농성 중인 노조원들 옆으로 입원 환자가 지나고 있다. 응급실 등 필수인력은 근무를 했지만 이날 파업으로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이 23일 오전 9시 반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본관 1층 로비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고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농성 중인 노조원들 옆으로 입원 환자가 지나고 있다. 응급실 등 필수인력은 근무를 했지만 이날 파업으로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이 23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오전 9시 반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본관 1층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고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했다. 이날 출정식에는 전체 조합원 1444명 중 350여 명의 조합원이 참석했다. 응급의료·중환자치료업무를 보는 조합원들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농성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서울대병원 노조의 총파업은 2007년 10월 이후 6년 만이며 이번 파업에 참여하는 병원은 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 강남 건강검진센터,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하는 동작구 보라매병원 등 총 3곳이다.

노사는 이날 오전 2시경 1시간 동안 막판 실무교섭을 벌였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 측은 임금 인상 및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선택진료제 및 의사성과급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병원 측은 “올해 600억 원가량 적자가 예상돼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한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며 맞서 파업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노사, 환자 피해 최소화 노력 역부족

파업 첫날인 23일 서울대병원 본관 1층 로비는 진료예약 및 입원 환자들과 노조원이 뒤섞여 혼잡스러운 모습이었다. ‘의료는 상품이 아니다’라고 적힌 빨간 반팔 티를 입고 로비에 모여 앉은 350여 명의 노조원은 “서울대병원은 의료공공성 보장하라” “임금인상 및 병원 필수인력 충원하라” 등을 외치며 오전 9시부터 농성을 벌였다.

노사 양측은 각각 질서유지팀을 두고 환자와 방문객들에게 파업을 알리며 안내 업무를 도왔지만 불편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로비에서 앰프를 통해 울리는 노조의 구호와 노동가요 탓에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귀를 막거나 인상을 찌푸리는 등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일부 진료예약을 하러 온 환자들은 노조원을 향해 “조용히 해라. 왜 건물 로비에서 농성을 해 몸도 아픈 환자들을 괴롭히느냐”고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현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병원은 필수공익사업장이다. 파업 중에도 응급의료·중환자치료업무 등에 필수 인력을 유지해야 한다. 병원 측은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비노조원을 중심으로 근무를 편성해 의료 공백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노조 또한 “파업 기간 환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필수인력 유지 수준은 100%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필수유지 업무로 분류돼 있지 않은 진료예약 콜센터, 원무과, 재활의학과, 시설부 등의 근무인원 감소는 불가피해 진료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등 전반적인 병원 운영에 차질은 피하지 못했다. 이날 입원 환자들은 종이그릇 나무젓가락 등 일회용품을 사용해 식사를 해결했다. 콜센터는 하루 종일 “모든 상담원이 통화 중이니 기다려 주십시오”라는 안내말만 반복되다 전화가 끊기기 일쑤였다. 일반병동에 입원한 최모 씨(44)는 “노조의 노래와 구호 소리에 복도가 울려 병실 밖으로 나오기도 꺼려진다. 환자들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라 빨리 파업이 마무리되기만 바랄 뿐”이라고 했다. 서울대병원은 2007년 총파업 당시에도 수납 창구 대기 시간이 평소의 5배 이상 걸리는 등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 팽팽히 맞서는 노사

노조 측은 △임금 인상 △선택진료비 및 의사성과급제 폐지 △부당한 비용절감 및 검사실적 요구 철회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최은영 총무국장은 “병원 측이 경영적자를 이유로 임금 동결 및 부당한 비용절감, 무리한 검사실적 상승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것뿐 아니라 저질 의료재료 사용,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병원 측은 경영적자라고 주장하지만 자체 조사 결과 매년 수백억 원의 흑자를 보고 있으며 수천억 원을 들여 각종 신축공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병원 측은 “노조의 주장은 근거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대병원 홍보팀 임종필 팀장은 “지난해 결산 결과 480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올해도 600억 원 내외의 적자가 예상돼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한 상황”이라며 “물품 경비 절감 및 중장기 성장동력 모색 등의 방침을 세운 것은 사실이나 검사실적을 올리라는 등 환자의 부담을 높일 지시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병원에서는 노조원과 비노조원 사이에 마찰이 발생하기도 했다. 오전 5시경 노조원 A 씨가 급식과 사무실에서 조리근무자의 작업복 착용을 방해하며 언성을 높였고 이 때문에 비상계획과 경비원이 출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사 양측 모두 환자 불편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응급실 중환자실 등 응급 환자들에 대한 정상근무는 유지해 심각한 진료 차질이 빚어지는 의료 공백은 첫날에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장기간 파업이 진행될 경우 수술장, 투석실, 마취파트, 진단검사 및 영상검사, 환자 치료식사 파트, 분만장 등엔 환자들의 불편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는 오후 5시경 마무리 집회를 한 뒤 해산했다. 이들은 본관 로비에서 교대로 철야농성을 하다 24일 오전 10시 출정식을 열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서동일 기자, 이진한 기자·의사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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