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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다문화의 진화]<2>우수인재 이민자 오게 하려면

입력 2013-10-22 03:00업데이트 2013-10-2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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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엔 매력 약한 한국… 장기체류 외국인의 4%에 불과
《 국내에서 지내는 외국인은 150만 명 정도(장기체류 120만 명 포함)다. 이 중에서 전문직종 인력은 8월 기준으로 5만613명에 불과하다. 비자 종류를 기준으로 집계한 수치여서 실제 전문 인력이 더 많을 수 있지만 전체 규모가 작다는 점은 분명하다. 당당히 자립해 살아가려는 이민자가 많이 늘었지만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가정 하면 저소득층을 떠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에 들어온 이민자는 단순노무 인력이나 결혼이민자가 대다수이고 전문적 기술이나 지식을 지닌 인력은 소수이기 때문이다. 해외 이민선진국은 3D 업종 위주의 저숙련 노동자보다는 경제 발전과 사회 통합에 좀 더 기여할 만한 전문 인력을 받아들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단순노무 인력을 위주로 이민자를 받아들이면 내국인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부정적 여론이 생기고 외국인의 복지와 정착을 위한 비용을 많이 지출해야 한다. 반면에 전문 인력은 받아들이는 쪽에서 별다른 저항이 없고 비용을 덜 지출해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는 우수 이민자를 받기 위해 문턱을 많이 낮췄다. 법무부는 대학교수, 전문기술인력이 온라인으로 전자비자를 신청하고 발급받는 제도를 3월부터 시행했다. 6월에는 외국인 학사학위 이상 소지자가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관련 분야에 법인을 설립하면 창업비자를 주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국내의 많은 외국인 전문인력은 한국에 장기 체류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왜 그런지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배려에 무심한 한국인

시민 다수가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살기에 매력적인 곳이 될 수 없다. 선진국 출신 외국인은 급속한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고칠 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KAIST의 크리스토퍼 피오릴로 교수(바이오및뇌공학과)는 미국 출신. 한국인이 서로 알고 지내는 사람은 존중하지만 낯선 이들에게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지인에게는 예의를 지키지만 길을 지나거나 차를 운전하면서 아무 데나 쓰레기를 버리고, 길거리 상인은 스피커를 이용해 큰 소리를 내면서 물건을 판다는 얘기다.

법질서 의식이 미약하다는 점도 한국에 대한 인상을 부정적으로 만드는 요인이다. 피오릴로 교수는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법을 존중하지 않고 정부도 법을 강제하지 않는다”며 다음과 같은 사례를 꼽았다.

오토바이가 함부로 지나다니고 자동차가 아무 데나 주차한다, 운전자는 신호등이 없는 도로에서 보행자가 지나가면 멈춰야 하지만 계속 달린다, 보행자는 빨간 신호등에서 무단횡단을 한다, 밤에 전조등을 켜지 않고 달린다, 금연 표시가 있는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운다….

한국 생활 5년째인 그는 “이 모든 것이 내가 미개한 국가에서 산다는 느낌을 준다. 교양 있는 사회의 특징은 낯선 사람에 대한 배려”라고 강조했다.

파키스탄 출신 자히드 후세인 씨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국내에서 일하고 있다. “파키스탄인 유학생 사이에서 한국의 근로환경은 월화수목금금금이라는 말이 떠돌았다”고 그는 말했다. 우수 인재는 자신의 삶의 질이 높아지길 원하는데, 같은 일을 하고도 다른 나라에서 더 많은 보수를 받을 수 있다면 굳이 한국에서 일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직장 분위기 경직됐고 복지 미흡

한국의 기업문화 역시 세계화 시대에 걸맞지 않다는 비판이 빠지지 않는다. 토론과 대화를 통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는 대신에 상명하복식 분위기여서 창의성을 떨어뜨린다는 얘기다.

“한국 직장에선 그냥 하라고 말합니다. 미국에서 왜 또는 무엇이라는 점을 먼저 생각한다면 한국은 상사의 명령을 언제, 어떻게 만들어 낼지부터 생각하는 거죠.”(안젤로 비카리 씨·미국 출신)

“몇 년 동안 한국에서 일하는 건 재미있지만 본국의 경제상황이나 환경이 한국보다 훨씬 나쁘지 않다면 한국에 정착하려 하진 않을 겁니다.”(폴란드 출신 A 씨)

한국인 특유의 위계질서는 우수한 이민자가 등을 돌리게 하는 요인이다. 피오릴로 교수는 “한국인은 나이나 혈통에 따라 다른 사람보다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합리성이나 공정성보다 위계질서에 따라 의사결정을 한다”고 말했다.

복지나 환경 역시 문제로 꼽힌다. 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고 해도 도시 분위기에서 여유를 찾기 힘들다고 말한다. “서울에 큰 공원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한국 대도시엔 자전거도로, 달리기도로, 커다란 공원 등 쉴 수 있는 공간이 선진국보다 부족하다.”(비카리 씨)

오스트리아 출신 의사인 지그프리트 바우어 씨도 비슷한 생각이다. 한국 여성과 결혼해 아이까지 낳았지만 주거 문제 때문에 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는 “서양은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이 대부분이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부터 아파트가 매우 답답하게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이들 전문직종 인력은 자녀를 본국에서 교육시킬 생각에 한국 국적을 얻으려 하지 않는다. 고려대의 로버트 루돌프 교수(국제학부)는 한국의 교육시스템이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자기 자녀를 이렇게 치열한 경쟁적 시스템 아래서 가르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국제학교 역시 회사가 비용을 대주지 않는 이상 너무 비싸 감당하기 어렵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김예윤 인턴기자 고려대 역사교육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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