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헌 Together]“우리의 특기를 최대한 살려…” 봉사, 그 이상의 나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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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아닌 필수가 된 기업들의 사회공헌

《21세기의 기업에 사회공헌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한때는 사회공헌을 하는 기업이 남달라 보이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되레 하지 않으면 손가락질을 받을 정도로 기업들의 사회공헌은 보편화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기업들의 고민은 깊어진다. 어떻게 하면 남들과 차별화된 사회공헌을,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지, 또 어떻게 해야 고객들로부터 최대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를 제품 기획만큼이나 골똘히 궁리한다. 웬만한 회사들은 대부분 사회공헌 전담조직을 두고 이러한 ‘전략’을 고민할 정도다.

그 결과 최근 기업들의 사회공헌은 단순한 봉사활동 그 이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자신들만이 가지고 있는 기업의 특징과 역량을 십분 발휘해서 자신들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그러한 사회 기여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 기부’, ‘재능 기부’식 사회공헌은 사회를 도울 뿐 아니라 기업이 가진 특색을 홍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러한 시도는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IBM이다. IBM은 지난해 ‘스마터 플래닛’이라는 전략 아래 세계 각지에서 자신들의 슈퍼 컴퓨팅 기술을 활용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쳤다.

IBM은 지난해 11월 강력한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동부를 강타했을 때 뉴저지 주 지역의 재난구호를 위해 써 달라며 자신들의 스마트 클라우드 프로그램을 기증했다. 이 프로그램은 피해 지역에 대한 중요 데이터를 수집, 관리, 분석할 수 있는 툴로 현지 구호재단들이 구호 계획을 짜고 단체 간 네트워크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왔다.

IBM 관계자는 “이런 식의 사회공헌은 세계적으로 350건 이상 이뤄졌다”며 “이탈리아에는 지진 피해를 복구하는 기업에 스마트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증했고, 아이티에서는 글로벌 헬스 네트워크와 협력해 의료 서비스 개선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IBM의 기술력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이런 방식의 사회공헌을 펼치기 위한 기업들의 관심과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장애인용 안구마우스 아이캔(eyeCan)’을 개발해 발표했다. 아이캔은 몸이 불편한 신체 장애인들이 눈의 움직임만으로 마우스를 조작할 수 있게 한 제품. 종전 제품 가격은 1000만 원대로 몹시 비쌌지만 삼성전자 연구진 5명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상용화를 시켜 가격대를 5만 원 수준으로 낮췄다.

삼성전자 측은 “삼성전자에는 최고 수준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하드웨어 전문가들이 있다”며 “이들의 역량을 필요한 곳에 제공해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었다”고 개발 배경을 밝혔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자사의 비영리 공익재단인 엔씨소프트 문화재단을 통해 소설,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등 스토리 창작을 도와주는 스토리텔링 저작 지원 소프트웨어 ‘스토리 헬퍼’를 개발해 무료 배포했다. 스토리 헬퍼는 엔씨소프트 문화재단이 3년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일부 지원을 받아 이화여대 디지털스토리텔링 연구소와 공동 개발한 국내 최초의 디지털 스토리텔링 제작 지원 소프트웨어로, 총 개발비만 30억 원이 들었다.

엔씨소프트 측은 “이 소프트웨어에는 205개의 스토리 모티브와 11만6796개 요소의 데이터베이스가 갖춰져 있다”며 “작가들이 스토리 초반 콘셉트를 잡는 데 드는 시간을 비약적으로 줄일 수 있어 콘텐츠 산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LG화학은 ‘솔루션 파트너’를 기업 슬로건으로 내걸고 사회공헌 활동 역시 이에 맞춰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젊은 꿈을 키우는 LG화학 화학캠프’로, 화학기업만이 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선보이고 있는데, 소금물로 가는 모형자동차, 입술보호제 등을 만들며 화학의 원리를 배울 수 있게 하는 게 특징이다.

LG화학 관계자는 “2005년 처음 수업을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거쳐 간 학생 수가 5000명이 넘는다”며 “석·박사급 연구원을 활용해 복지시설 아동과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방과 후 과학수업을 진행하는 ‘젊은 꿈을 키우는 주니어 공학교실’도 함께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LS그룹 역시 자사의 역량을 활용한 교육기부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임직원이 학생들에게 직접 친환경 그린 비즈니스 관련 기술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또 LS전선은 공장이 있는 경북 구미시에서 방학을 맞은 초등학생들에게 전기 과학교실도 운영 중이며, 매년 수도전기공고 등에 전선 제조과정을 익힐 수 있는 실습 프로그램도 개설하고 있다.

회사 역량을 활용한 사회공헌에 대한 관심은 공공기관이라고 다르지 않다. 올해부터 운영 중인 산림청의 ‘사회공헌형 산림탄소상쇄 제도’가 대표적인 예다. 산림탄소상쇄 제도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나무를 심거나 숲을 가꿔 줄어든 이산화탄소량을 정부가 인증해주는 제도로, 산림청은 기업들이 숲과 나무를 가꿔 이산화탄소량을 줄여나갈 수 있도록 제도를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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