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겨눴던 韓-中 노병들 뜨겁게 껴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양국 6·25참전군 60여년만의 만남 “그땐 살벌했는데… 이젠 좋은 친구”
中노병들 파주 적군묘지 찾아 헌화

‘적과의 화해’ 전쟁터에서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눴던 군인들이 60여 년 만에 화해의 포옹을 나눴다. 
6·25전쟁 당시 중국 인민해방군 출신 량덩가오 씨(78·왼쪽 사진 오른쪽)가 9일 오후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서 한국군 참전용사를
 만나 포옹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량 씨와 천뤄비 씨(81·여), 라이쉐셴 씨(85·오른쪽 사진 왼쪽부터) 등 중국 참전군인들은
 이날 임진각 방문에 앞서 파주시 적성면 답곡리 적군묘지를 방문해 당시 전우의 묘비를 쓰다듬으며 과거를 회상했다. 
파주=홍진환·양회성 기자 jean@donga.com
‘적과의 화해’ 전쟁터에서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눴던 군인들이 60여 년 만에 화해의 포옹을 나눴다. 6·25전쟁 당시 중국 인민해방군 출신 량덩가오 씨(78·왼쪽 사진 오른쪽)가 9일 오후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서 한국군 참전용사를 만나 포옹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량 씨와 천뤄비 씨(81·여), 라이쉐셴 씨(85·오른쪽 사진 왼쪽부터) 등 중국 참전군인들은 이날 임진각 방문에 앞서 파주시 적성면 답곡리 적군묘지를 방문해 당시 전우의 묘비를 쓰다듬으며 과거를 회상했다. 파주=홍진환·양회성 기자 jean@donga.com
“중국군과 전투하면서 죽을 고비를 서너 번은 넘겼어. 그땐 정말 살벌했는데….”

“60여 년이 지나 한국에 다시 오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6·25전쟁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전쟁이었어요.”

9일 오후 4시경 경기 파주시 임진각 자유의 다리. 백발의 노인 9명이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등을 서로 토닥거리며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 이들은 6·25전쟁 당시 중국군으로 참전했던 라이쉐셴(賴學賢·85) 천뤄비(陳若必·81·여) 량덩가오(梁登高·78) 씨와 김홍규(75) 김병환(83) 박성원(84) 윤부선(83) 우병찬(82) 양기성 씨(81) 등 한국군 참전용사 6명. 당시 적국이었던 한중 참전 군인들이 공식적으로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라이쉐셴 씨 등은 경기도와 한중문화협회 초청으로 이날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참전군인 대부분이 80대 고령이다 보니 초청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중국 현지 신문에 한국전쟁 참전 군인을 찾는 광고를 내고 쓰촨(四川) 성 한국영사관의 도움을 받아 겨우 3명을 찾아냈다.

한때 적으로 서로에게 총구를 겨눴던 이들은 6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모두 백발이 성성한 나이 70, 80의 노인이 돼 있었다. ‘니하오’ ‘감사합니다’ 등 서로의 언어로 간단한 인사말도 나눴고 통역을 통해 “어떤 전투에 참전했느냐”고 묻기도 했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워했다.

양기성 씨는 “당시에는 한국군이나 중국군이나 모두 명령에 따라야 하는 군인들이었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그때는 적으로 만났지만 지금은 좋은 친구”라고 말했다.

이번에 방문한 중국 참전군인 중에 유일한 여성인 천뤄비 씨는 “오래오래 건강을 지키면서 또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중국 참전군인들은 임진각 방문에 앞서 적성면 답곡리 적군묘지도 들렀다. 전사한 적군이라도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제네바 협정에 따라 1996년 조성된 곳이다. 6000여 m²의 묘지에는 중국군 362구, 북한군 718구가 묻혀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중국군 유해를 송환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기도 했다.

묘지를 방문한 라이쉐셴 씨는 “이역만리 한국에 전우들의 묘지가 이렇게 잘 보전돼 있는지 몰랐다. 한국민들에게 감사한다”며 “남북이 하루빨리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들은 용산전쟁기념관 경복궁 한옥마을 서울타워 등을 둘러보고 11일 중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파주=조영달·곽도영 기자 dalsarang@donga.com
#6·25전쟁#참전군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