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특전사 한강상륙작전? 수중청소작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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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서울 강동구 강일동 가래여울 인근에 특전사 요원들이 하루 동안 한강 강바닥에서 일일이 건져 올린 쓰레기들. 특전사 요원들은 이날을 포함해 나흘간 12t의 쓰레기를 건졌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14일 오후 서울 강동구 강일동 가래여울 인근에 특전사 요원들이 하루 동안 한강 강바닥에서 일일이 건져 올린 쓰레기들. 특전사 요원들은 이날을 포함해 나흘간 12t의 쓰레기를 건졌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어휴, 고물상이 따로 없네.”

14일 오후 서울 강동구 강일동 가래여울. 특전사 요원들을 실은 고무보트 12척이 차례로 한강변에 상륙했다. 고무보트에 실려 있는 것은 특전사 훈련 장비가 아니었다. 어이없게도 자동차 타이어, 그물, 건축자재, 폐비닐 등 각종 쓰레기였다. 한곳에 쌓아놓자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특전사 요원들이 한강 강바닥에서 일일이 건져 올린 것이다.

수도권 시민의 식수원인 한강. 많이 맑아졌다지만 아직 강바닥에는 많은 쓰레기가 잠겨 있다. 특전사 장병들은 11, 12일 잠실수중보에서 강동대교까지, 13, 14일에는 강동대교에서 미사리 조정경기장까지 총 10km 구간에서 ‘한강 수중정화 작전’을 펼쳤다.

잠수요원들이 물속에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직경이 수십 cm는 되어 보이는 대형 파이프를 건지기 시작했다. 파이프를 아무리 당겨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길이 20m의 파이프였다. 지상에 올라와 둘둘 말린 파이프는 뱀이 똬리를 튼 것처럼 보였다. 대형 닻을 비롯해 물때가 잔뜩 낀 스티로폼, 폐타이어, 건축자재, 라면봉지 등 폐비닐, 녹슨 철봉 등이 줄줄이 딸려 나왔다. 폐어망에 걸린 물고기들은 이미 부패해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이날 수거한 소주병은 한 포대에 가득 찼다. 아령, 화분, 의자 등 마당에 있어야 할 것도 강바닥에 잠겨 있었다. 이날까지 나흘 동안 한강에서 건져낸 쓰레기는 약 12t에 달했다.

잠실 상수원보호구역 일대에 이렇게 많은 쓰레기가 쌓여 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니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공성원 한강유역환경청 상수원관리과장은 “수중쓰레기는 하천유량이 많아지는 시기 또는 장마 직후에 많이 발생한다”며 “쓰레기가 오랫동안 물속에 가라앉아 있으면 유해한 물질이 수중에 녹아 수질을 오염시키고 수중 생태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2, 3년 전에 비해서는 많이 깨끗해진 편이다. 특전사령부 강대성 상사는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은 물론이고 승용차, 보트 등까지 안 건져본 게 없고, 특히 교각 아래에는 건축폐기물도 잔뜩 쌓여 있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동안 많이 치워서 그런지 매년 쓰레기가 줄고 있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특전사 요원들은 2003년부터 해마다 장마 전후로 두 차례씩 한강 수중정화 활동을 벌여 지난해까지 573t의 쓰레기를 수거했다. 물속의 쓰레기는 전문 잠수요원 없이는 수거가 불가능해 특전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김창구 상사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수심 7m의 물 속에서 손으로 더듬어가며 쓰레기를 건져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라 항상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특전사가 활동에 참여했던 2011년 하반기에는 30t의 쓰레기를 수거했지만 특전사가 불참한 지난해 하반기에는 4t가량을 건지는 데 그쳤다. 일각에선 특전사에만 의존하지 말고 잠수 및 수거 관련 장비를 확충해 효율적으로 쓰레기를 건져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어렵게 강바닥을 뒤지지 않으려면 예방이 최선이다. 공 과장은 “둔치 등에 방치한 쓰레기가 장마, 태풍 때 한강으로 쓸려와 가라앉는 경우가 많다”며 “지자체 단속에 앞서 시민의식을 발휘해 한강에 쓰레기가 유입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oot@donga.com
#한강#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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