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이른 무더위에… 청계천 ‘하루살이-깔따구 몸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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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저녁 무렵 청계천에 하루살이, 깔따구 등 날벌레 떼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해 한 달가량 일찍 찾아온 무더위로 수온이 상승해 날벌레의 발육이 촉진된 것이 날벌레 개체수가 늘어난 원인으로 꼽힌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5일 저녁 무렵 청계천에 하루살이, 깔따구 등 날벌레 떼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해 한 달가량 일찍 찾아온 무더위로 수온이 상승해 날벌레의 발육이 촉진된 것이 날벌레 개체수가 늘어난 원인으로 꼽힌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 서울 최고기온이 30도에 육박했던 14일 오후 3시경 청계천. 종로구 관수동 수표교(청계3가 인근) 아래 그늘에서 청계천에 발을 담그고 있던 진영일 씨(61)는 계속해서 달려드는 날벌레 떼를 내쫓느라 연신 손사래를 쳤다. 진 씨는 “방금 전 방역차량이 지나갔는데도 날벌레 천지”라고 했다. 17개월 된 아들을 유모차에 태운 채 산책을 나온 임동희 씨(32)도 청계천 산책길을 걷다가 멈춰 아들에게 달려드는 날벌레 떼를 내쫓고 있었다. 그는 “날이 더워 올해 처음 청계천에 내려왔는데 날벌레가 너무 많아 괜히 왔나 싶다”며 “아들 코나 입에 날벌레가 들어갈까 봐 걱정돼 이번 여름에는 청계천에 오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

청계천이 깔따구, 하루살이 등 날벌레 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날벌레는 해질 때와 저녁 무렵 많지만 올해는 대낮부터 기승을 부리고 있다. 청계천을 관리하는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올해 청계천에 나타나는 날벌레 개체수가 이례적으로 크게 늘었다”고 했다.

이날 청계천변에서는 시커먼 무리를 이룬 날벌레가 공중에서 군무를 펼치는 모습이 쉽게 목격됐다. 사람이 지나가면 사람 주위로 우르르 몰려들었다가 손사래를 맞고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전문가들은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가 예년보다 한 달가량 빨리 시작된 것을 날벌레 번성의 원인으로 꼽는다. 깔따구, 하루살이 등 날벌레는 물에서 산란한 뒤 발육을 거쳐 성충이 되면 수풀이 우거진 곳에 서식하며 무리 지어 짝짓기를 한다. 이승환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교수는 “청계천 날벌레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깔따구는 유충에서 성충이 돼 생을 마감하는 데까지 15∼30일이 걸린다”며 “올해 무더위로 수온이 빨리 상승하면서 깔따구가 성충이 되는 기간이 단축되고 그만큼 번식 기회도 많아져 개체수가 대량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날벌레로 인한 민원이 눈에 띄게 늘어나자 서울시 시설관리공단과 해당 자치구는 일주일에 1회 방역 작업을 하던 것 외에도 민원이 있을 때마다 추가 방역을 하고 있다. 그러나 청계천 생태 보호와 시민 안전을 감안해 목초액을 이용한 최소한의 연막소독 정도만 하고 있어 날벌레 퇴치에 한계가 있다. 시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깔따구나 하루살이는 사람을 물지도, 병원균을 옮기지도 않는다”며 “성충이 된 날벌레가 많은 건 그만큼 청계천이 친환경적 공간이라는 뜻이니 양해 바란다”고 했다.

청계천은 유속이 빠르고 피라미가 많아 날벌레가 물속에서 산란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날벌레가 몰리는 건 청계천 주위에 웅덩이나 하수구 등 날벌레가 산란하기 좋은 곳이 많다는 증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배연재 고려대 생물과학부 교수는 “날벌레를 잡겠다고 강한 살충제를 써 방역을 하면 청계천 생태에 좋지 않다”며 “청계천 인근 하수구 등에 날벌레가 번식하기 좋은 물웅덩이를 없애고 딱정벌레 유충 등 천적 곤충을 활용해 퇴치하는 방법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청계천#깔따구#하루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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