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높은 취업률로 ‘인기학교’된 특성화고·마이스터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진로 맞춤형 실무 교육으로 취업 지원
■ 경북 용운고·강원 원주의료고

매년 정원을 채우기도 어렵던 지방의 일부 고교가 특성화고, 마이스터고로 변신한 뒤 전국에서 학생이 몰려드는 ‘인기학교’로 거듭나는 경우가 최근 생겨나고 있다. 말(馬) 전문 특성화고인 경북 용운고와 의료기기 전문 마이스터고인 강원 원주의료고가 대표적인 사례.

두 학교 모두 졸업생을 1회 배출한 상황에서 이미 해당 분야의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 등으로의 화려한 취업실적을 자랑하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경북 상주시 용운고 학생들이 교내에서 승마실습을 하고 있다. 용운고 제공
경북 상주시 용운고 학생들이 교내에서 승마실습을 하고 있다. 용운고 제공
[경북 용운고] 최신 승마장과 말 전문 교사 보유… 진로설계에 총력


경북 상주시에 있는 용운고는 3년 전까지만 해도 정원을 채우기도 쉽지 않았던 일반고였다. 하지만 2010년 특성화고로 전환해 ‘말관리과’를 신설한 뒤 서울과 제주에서도 학생들이 찾아오는 인기학교로 바뀌었다.

경기 안양지역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이 학교 1학년 김세희 양(16)은 “어릴 적부터 기수가 되고 싶었던 꿈을 고등학생 때부터 일찍 이루고 싶어 용운고 한 곳만을 지원해 입학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점차 늘어 내년에는 현재 1학년 학생 수의 두 배인 100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전국 말 전문 특성화고는 총 9곳. 후발주자인 용운고는 취업 맞춤형 전공교육 프로그램과 실무실습이 가능한 시설을 구축해 승부수를 던졌다. 현재 이 학교는 말 16필(학생 7, 8명당 1필 전담 관리)과 실내외 승마장을 갖췄다.

학생들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는 조련사, 장제사(편자 박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직종), 기수, 말 관리사, 재활승마치료사, 수의사 등 다수. 이 학교는 ‘꿈 찾기’ 활동의 일환으로 학생들이 1학년 때 진로를 정하게 한 뒤 한국마사회, 대학, 관공서의 전문가를 초빙해 말 분야 진로교육과 체험학습을 실시한다.

특히 학생들이 팀을 구성해 1년 규모의 프로젝트 연구 활동을 실시하는 프로그램이 유명하다. 말먹이의 종류나 양을 바꿔가며 말의 운동량 변화를 관찰하는 연구나 말 배설물로 친환경연료를 만들어 수익을 따져보는 바이오경영 연구도 학생이 직접 진행한다.

이 학교 말관리과 교사들도 영국에서 말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했거나 국내에서 조련사, 생활체육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말 전문가. 지난해 부임한 이 학교 엄영호 교장은 서울대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서울경마장장을 지낸 경력을 바탕으로 교육 프로그램과 취업지원 시스템을 손질했다.

이 학교 백승익 말산업교육부장교사는 “졸업생 중에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승마클럽에 취업한 학생, 제주대 수의학과에 진학한 학생도 있다”면서 “최근에는 재활목적 승마치료가 떠오르는 만큼 대학 특수교육학과에 진학해 이 분야 전문교사가 되고픈 학생도 많이 찾아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 원주의료고 학생들이 의료기기 사용 실습을 하고 있다. 원주의료고 제공
강원 원주의료고 학생들이 의료기기 사용 실습을 하고 있다. 원주의료고 제공
[강원 원주의료고] 치과 의료기기 분야 특화… 영어교육에 집중


원주의료고(교장 이흥재)는 2010년 원주정보공고에서 전국 유일의 의료기기 전문 마이스터고로 전환했다. 2013학년도 신입생 경쟁률은 3.8 대 1, 재학생의 중학교 평균 내신 성적은 상위 30% 수준이다. 원주정보공고 시절 정원을 채우기도 어려웠던 것에 비하면 ‘상전벽해’의 변화다.

원주의료고에 따르면 올해 배출한 첫 졸업생의 취업률은 90%. 졸업생 144명 중 83명이 의료기기 관련 기업으로 취업했다고 이 학교는 밝혔다. 삼성그룹, 건강보험공단 등 대기업·공기업에 취업한 학생도 40여 명에 이른다.

높은 취업률은 전문대에 뒤지지 않는 심화된 교육과정이 한몫했다.

이 학교 이학노 마이스터부장교사는 “의료기기 설계와 제작, 품질관리와 관련 법규, 인체의 구조와 기능 등 전공심화 교육과정뿐 아니라 전문대도 갖추지 못한 치과 의료기기 분야를 특화해 운영하니 우리 학교 졸업생을 기다리는 일자리가 많다”고 설명했다.

의료기기 분야 직무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능력은 ‘영어’. 의료기기는 수입제품이 많아 관련 설명서와 인허가 문서가 대부분 영어로 되어 있어 중소기업에서도 영어능력을 갖춘 인재를 원한다.

이를 고려해 이 학교는 영어수업을 교육과정에 주 3시간씩 배치하고 방과후에는 토익수업도 진행한다. 방학에는 학교가 최대 80%까지 비용을 지원해 학생들에게 필리핀 어학연수 기회를 제공한다.

이 교사는 “대학 진학을 희망한다면 취업 후 재직자 전형으로 전국 40여 개 대학에서 공부하는 길도 있다”면서 “의료공학 분야에서 취업과 창업을 생각하는 학생도 모두 우리 학교에서 꿈을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