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이어 채용 보장 현대차 단협 무효”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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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산재 직원의 자녀 의무 고용… 일자리 대물림해 사회정의에 위배”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직원의 유족을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한 현대자동차의 단체협약은 무효라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법 제3민사부(부장판사 도진기)는 “업무 능력에 관계없이 조합원 유족을 고용하도록 한 현대차 단협 제96조(우선채용)는 무효”라고 16일 판결했다. 2009년 12월 체결된 이 단협 조항은 ‘회사는 조합원이 업무상 사망했거나 6급 이상의 장해로 퇴직할 시 직계가족 또는 배우자 중 1인을 특별채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 규정이 발효된 2010년부터 매년 한두 명을 채용해 왔다.

이번에 소송을 낸 사람은 2009년 12월 정년퇴직 후 2011년 3월 숨진 황모 씨의 부인(58)과 두 자녀(33, 34세). 황 씨는 금속가공유를 사용하는 작업과정에서 PAH(탄화수소)에 장시간 노출돼 폐암으로 사망했다. 근로복지공단도 2011년 12월 업무상질병으로 판정했다. 유족은 단협 규정을 들어 아들(33)을 현대차에 취업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회사 측은 “황 씨는 사망 당시 조합원이 아니기 때문에 단협 적용 대상자가 아니다”라며 거부했다. 그러자 유족은 고용의사를 확인하는 날까지 기술직 시급제 사원 임금인 월 494만1099원을 지급해 달라고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인력 선발 기준은 사용자가 결정할 영역이며, 노조가 인사에 관해 사용자와 협의할 수 있는 부분은 고용 이후의 근로조건과 관련 있는 사항에 한한다”며 “단체협약도 계약인 만큼 사법상의 일반원리나 사회질서에 위배되면 무효”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유족의 채용을 단체협약으로 제도화하는 것은 일자리 대물림 결과를 낳아 사회 정의에도 배치되며, 취업 희망자들을 좌절케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다만 “업무상 사망이 인정되므로 위자료 명목으로 총 5600만 원을 유족에게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에 현대차 노조는 “산재로 가장을 잃은 유족의 생계를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단협 조항을 특혜로 확대 해석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는 올 임단협에서 이 조항 개정을 노조에 요청할 방침이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현대차#단체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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