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백석동천 정자 복원, 원형 몰라 갑론을박… 동아일보서 답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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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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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 게재 사진 발견… “다시 설계”

1935년 7월 19일자 동아일보 2면 왼쪽 상단에 실린 백석동천 정자의 모습. 동아일보DB
1935년 7월 19일자 동아일보 2면 왼쪽 상단에 실린 백석동천 정자의 모습. 동아일보DB
“서울 한복판에 이런 곳이 있다니…. 보석을 찾았습니다.”(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울 최고 경관지 가운데 하나인 종로구 부암동 백석동천(白石洞天). 이곳의 정자 복원 방식을 둘러싸고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가 벌여온 논쟁을 옛날 동아일보에 실린 사진 한 장이 해결했다.

2011년부터 백석동천 종합정비계획을 진행해 온 종로구청은 6일 “1935년 동아일보 지면에서 정자의 실물 사진을 찾았다. 신문에 실린 원형 그대로 되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악산 북쪽 중턱에 펼쳐진 백사실 계곡은 경관이 수려하기로 이름 높다. 특히 백석동천은 흰 돌이 많고(백석) 신선이 사는 별천지(동천)라 불릴 만큼 절경이라 2008년 명승 제36호로 지정됐다. 1800년대에 조성된 별서(別墅·별장의 일종) 유적으로 연못 주위에 정자와 사랑채 터, 담장과 석축 일부가 남아 있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국회의 탄핵 의결로 직무가 정지됐을 때 이곳에 왔다가 감탄을 쏟아냈다. 지난해엔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소유였다는 숨겨진 역사도 밝혀졌다. 여러모로 가치가 높아 복원은 큰 관심사였다.

그러나 구청은 주춧돌만 남은 정자 원형이 어땠는지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한 건축사사무소에 의뢰해 창덕궁 후원의 태극정(太極亭)과 소요정(逍遙亭)을 참조한 계획안을 수립했다. 시민단체들은 즉각 반대 의사를 밝혔다. 조선시대 문인의 정원이라면 담백해야 하는데 궁궐 정자는 과하다는 지적이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지붕이 너무 화려하고 계자난간(鷄子欄干·닭 모양 부재로 지지한 난간)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동아일보 사진이 발견되며 한 방에 풀렸다. 1935년 7월 19일자 2면에 게재된 온전했던 정자 전경을 종로구청이 찾아냈다. 시민단체 주장대로 단아하고 소탈한 풍취가 가득한 모습이었다. 종로구청은 “실물을 확인했으니 기존 설계를 폐지하고 9월경부터 원형대로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백석동천 정자#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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