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위헌은 법적 근거 없어” 대법, 헌재결정 다시 뒤집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KSS해운 법인세 취소訴 기각… 최고 사법기관 갈등재연 우려

법률의 구체적인 해석과 적용을 문제 삼는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은 법적인 근거도 없고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그에 따른 재심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례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

대법원이 확정 판결을 내린 사건의 근거 법률에 대해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 것을 대법원이 다시 뒤집은 것이다. 헌재가 법률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 효력만 따져야지 법원의 고유 권한인 구체적인 해석과 적용까지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헌재는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원고 측이 다시 헌법소원을 내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위헌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고위 사법기관 사이에서 핑퐁게임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8일 KSS해운이 “법인세 부과 근거가 됐던 구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23조가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으로 효력을 잃은 만큼 그 법률에 근거한 법인세 부과를 취소해 달라”며 서울 종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재심 청구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KSS해운은 1989년 7월 한국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하겠다는 조건으로 자산재평가를 실시하고 법인세를 면제받았다. 정부와 국회가 우량 기업의 건전한 기업공개를 유도하기 위해 신설한 특례규정 덕분이었다.

그러나 종로세무서장은 이 회사가 상장 기한인 2003년까지 주식을 상장하지 못하자 법인세 등 65억 원을 부과했다. KSS해운은 “법인이 주식을 상장하지 않는 경우 자산재평가를 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구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23조는 법이 1993년 전면 개정되면서 효력이 사라졌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2011년 4월 대법원이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하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재는 지난해 7월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23조가 개정돼 효력을 잃었는데도 대법원이 그렇지 않다고 해석해 세금을 물린 것은 기본권 침해”라며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KSS해운은 지난해 9월 헌재 결정을 근거로 재심을 청구했지만 28일 대법원이 이를 기각한 것이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한정위헌#대법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