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등치는 신종 ‘교통카드 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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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先결제 하겠다”→ 잔액 부족한 티머니로 편법 정산→ 중간에 내리며 현금 환불
1월이후 수십명 피해

택시운전사 김모 씨는 1월 28일 오전 5시경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서 20대 초반 남성 2명을 태웠다. 앞자리와 뒷자리로 나눠 탄 두 사람은 경기 연천군에 가달라며 “택시비 10만 원을 카드로 먼저 결제하겠다”고 선 승인을 요구했다.

모처럼 장거리 손님을 태운 김 씨는 운전석 옆에 설치된 카드 단말기에 10만 원을 입력한 뒤 뒷자리에 탄 A 씨가 내민 선불형 교통카드(티머니)를 결제 단말기에 접촉했다. “잔액이 부족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나왔다. 김 씨가 뒷자리 A 씨에게 카드를 돌려주는 사이 앞자리에 앉아 있던 일행 B 씨가 김 씨 몰래 카드단말기의 ‘확인’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A 씨가 “이상하다. 한 번 더 대보세요”라며 다시 교통카드를 내밀었다.

김 씨가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다시 접촉하니까 이번엔 정상적으로 영수증이 출력됐다. 몇 분 뒤 승객들은 “갑자기 일이 생겨 내려야겠다. 10만 원을 결제했으니까 6만 원 정도만 현금으로 달라”고 했다. 김 씨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A 씨 일행이 “다급한 상황”이라고 재촉하자 갖고 있는 현금을 털어 6만 원을 내줬다.

김 씨가 사기당한 사실을 깨달은 것은 사흘 뒤 카드로 결제된 줄 알았던 택시요금 10만 원이 입금되지 않았음을 확인한 뒤였다. 당시 A 씨가 제시한 교통카드에는 잔액이 1000원뿐이었다. ‘확인’ 버튼을 누르는 것은 카드잔액 이외의 요금은 현금으로 결제했다는 뜻인데, 김 씨는 확인 버튼이 눌러진 줄 몰랐던 것이다. 당시 출력된 영수증에는 선불카드 1000원, 현금 9만9000원이라고 찍혀 있었는데 김 씨는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이처럼 교통카드의 선결제 기능을 악용한 요금 사기 사건이 최근 늘고 있다. 교통카드 사업자인 한국스마트카드에 따르면 올 1월 18일 이 같은 사건이 처음 발견된 뒤 2월까지 총 13건이 접수됐다. 신고 안 된 건까지 포함하면 더 많은 피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택시 요금 사기는 2인 1조로 심야 시간대 택시를 주요 대상으로 삼았다. 스마트카드 관계자는 “택시운전사들은 모처럼 장거리 손님을 태웠다는 생각에 결제가 제대로 된 것인지 확인을 안 하는 경우가 많다”며 “신종 사기여서 택시운전사들은 당하고도 자신이 속은 것을 모르고 넘어갔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요금 사기도 등장했다. 이들은 목적지에 도착하면 200원, 300원밖에 남지 않은 스마트폰 모바일 티머니로 결제하면서 남은 요금을 현금으로 내겠다는 ‘확인’ 버튼을 스스로 눌러 영수증을 출력한다. 그리고 “모바일 티머니는 잔액이 부족해도 결제가 되는 기능이 있다”며 나머지 요금을 안 내고 내리는 수법이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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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교통카드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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