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인천 여성극의 힘 보여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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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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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희 관장이 각색-연출… 연극 ‘앉은 사람 선 사람’ 20∼24일 서울 무대 올라
마지막 리허설 구슬땀… 모녀의 소통 몸부림 그려

20∼24일 서울 대학로 알과핵소극장에서 공연될 연극 ‘앉은 사람 선 사람’의 리허설 장면. 주인공 모녀가 평생 단절된 삶을 살아오다 소통의 실마리를 푸는 내용. 남동문화예술회관 제공
20∼24일 서울 대학로 알과핵소극장에서 공연될 연극 ‘앉은 사람 선 사람’의 리허설 장면. 주인공 모녀가 평생 단절된 삶을 살아오다 소통의 실마리를 푸는 내용. 남동문화예술회관 제공
박은희 관장
박은희 관장
“내가 그림 그리는 데 미쳐서 너 한번 돌아볼 시간을 아꼈지. 나의 냉혹한 뒤통수에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을까.”

13일 밤 인천 남동문화예술회관 연습실. 연극 ‘앉은 사람 선 사람’의 마지막 장면의 리허설 연기에 모녀 주인공이 몰입돼 있었다. 성공만을 위해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않던 화가 엄마가 폐쇄적 성격의 딸 앞에서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철사로 공예작업을 하던 딸은 엄마의 사죄를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채 어릴 적 아빠에게 물려받은 퉁소에 입을 댄다. 마치 평생 쌓인 감정의 앙금을 털어내듯 힘차게 ‘부웅’ 소리를 내며 퉁소를 불고, 이런 딸의 모습을 보는 엄마가 하염없이 흐느끼는 장면으로 막을 내린다.

연극배우 윤예인 씨(54)와 강성숙 씨(39)가 각각 어머니와 딸 역할을 맡은 이 연극은 20∼24일 서울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02-762-0810) 무대에 올려진다. 한국여성연극협회가 올해 처음 마련한 제1회 여성극작가전(2월 13일∼3월 31일)의 6번째 작품. 윤 씨와 강 씨는 공연을 앞두고 하루 5, 6시간씩 맹연습을 하고 있다. 치열한 예술가적 근성으로 당대 최고의 화가로 성공한 엄마와 그 그늘에서 폐쇄적으로 성장한 딸을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연습을 하고 있는 것.

윤 씨는 집이 서울이지만 인천시립극단 단원인 강 씨와 편히 호흡을 맞추기 위해 연습실인 남동문예회관까지 오고 있다.

각색 연출을 맡은 박은희 관장(60)은 1980년대에 출간된 희곡 원본을 상당히 수정했다. 그는 “가족 간에 무심코 한 말이 자녀에게는 큰 상처를 주게 되고 결국 일생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이런 줄거리로 두 모녀의 정한과 소통의 몸부림을 보여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여성극작가전은 1세대 여성 연극인의 작품 7편을 감상할 수 있는 릴레이 기획공연이다.

6번째 작품을 맡은 박 관장은 정통파 여성연출가로서 최고참에 속한다. 1974년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다닐 때 기성극단 최초의 대학생 연출가로 연극계에 발을 내디뎌 ‘소극장운동’을 주도했던 서울 삼일로 창고극장 개관 멤버였다. 10여 년간 극단 ‘고향’에서 연출가로 활동하다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대에서 교육연극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박 관장은 관객을 수동적으로 앉혀놓지 않고 능동적으로 사고하고 움직이게 자극하도록 꾸민 교육연극을 한국에 들여왔다. 그가 1990년대 중반 희곡 대본을 쓰고 연출한 ‘샌드위치 변주곡’ ‘신촌비둘기’ 등의 작품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이후 최근까지 버전을 달리해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이후 고향 인천으로 돌아와 인천시립극단 예술감독을 지낸 뒤 국내 1호 교육연극 전문극장인 ‘시민교육연극센터’를 운영하기도 했다. 2011년 11월 개관한 남동문예회관 초대 관장이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한국여성연극협회#여성극작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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