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악취 신고 3시간 지나야 현장으로… ‘유독물질 불감증’ 울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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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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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락 사회부 기자
정재락 사회부 기자
6일 점심시간. 식사를 위해 사무실을 나선 울산시 공무원들이 손수건으로 코를 틀어막았다. 시와 각 구청에는 이날 오전 9시경부터 시민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전날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에서 염소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해 시민들이 ‘냄새’에 민감한 탓이었다. 악취는 울산 전역에서 감지됐다.

울산시는 이날 오전 11시 50분경 삼성정밀화학(남구 여천동)에 담당 공무원을 보냈다. 암모니아와 비슷한 냄새가 나는 ‘아민’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악취방지설비(RTO) 보수를 위해 전력을 차단했다. 그래서 ‘범인’으로 지목받을 만한 상황이었다.

시는 1차 조사에서 현장만 둘러보고 나왔다. 시민들의 문의 전화 폭주로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린 시는 낮 12시 50분경 다시 회사에 들어가 시료를 채취해 보건환경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악취 발생 신고가 접수되기 시작한 지 3시간이 지나 현장 점검에 나섰고, 시료 채취는 다시 1시간 뒤에 이뤄졌다. 시는 정전에 따른 불완전 연소로 악취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삼성정밀화학은 “보건환경연구원의 시료 분석 결과 기준치 이하로 나왔다”고 주장했다.

울산은 유독 화학물(불산 염산 황산 질산 등)을 전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이다. 울산의 499개 기업체가 연간 사용하는 유독 화학물은 3445만2000t으로 전국의 33.6%다. 이들 화학물을 취급하는 울산석유화학공단은 1970년대 이전에 주로 조성됐다. 시설 노후화 등에 따른 폭발과 화재, 가스 누출사고가 한 달 평균 3, 4건씩 발생하고 있다. 김국래 전 울산시소방본부장은 “반복되는 작은 사고는 큰 사고를 예고한다는 ‘하인리히 법칙’이 노후화된 울산석유화학공단에도 적용되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안전 불감증은 여전하다. 6일 악취 발생 사고 때처럼 행정당국의 늑장 대응은 달라지지 않았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울산시는 유독 화학물 사고에 대처하기 위한 ‘화학물질안전센터’ 설치를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공약인 울산석유화학공단 안전대책 마련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다. 국민 안전에 무게를 둔다는 차원에서 ‘행정안전부’도 ‘안전행정부’로 이름을 바꾼 이 정부가 ‘낡은 화약고’와 다름없는 울산의 안전대책은 어떻게 세울지 지켜볼 일이다.

정재락 사회부 기자 raks@donga.com
#구미국가산업단지#염소가스 누출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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