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인생 2막 1번지… 강진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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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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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강진군 옴천면 유기농채소단지에서 서울 송파구 부녀회원들이 쌈 채소 수확 체험을 하고 있다. 강진군 제공
전남 강진군 옴천면 유기농채소단지에서 서울 송파구 부녀회원들이 쌈 채소 수확 체험을 하고 있다. 강진군 제공
‘고마미지(古馬彌知).’ 바닷물이 굽이쳐 들어오는 기름지고 풍요로운 곳을 말하는 전남 강진의 옛 지명이다. 강진으로 귀농해 딸기를 재배하는 30, 40대 농사꾼 8명이 최근 이 이름을 따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농업회사가 탄생하기까지는 강진군의 도움이 컸다. 강진군은 지난해 5000만 원을 들여 브랜드 개발, 법인 설립, 홈페이지 개설 등을 지원했다. 회원들은 하우스 무인시스템을 갖춰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농장의 모든 환경 요소를 확인하고 제어할 수 있다. 고마미지는 우량 딸기 모종을 개발하고 고품질 딸기를 생산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 농업인과 정보를 공유하며 회사를 키우는 게 꿈이다. 문화관광의 보고(寶庫)인 강진군이 ‘귀농·귀촌 일번지’로 자리잡고 있다. 차별화된 귀농 지원정책과 저렴한 땅값, 온화한 기후, 공장 등 오염원이 없어 친환경 먹거리 생산의 최적지로 꼽히면서 전국 최고 귀농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 ‘인생 2막’은 강진에서

강진군은 2006년 2가구(6명)에 불과했던 귀농 가구가 2007년 14가구(59명), 2008년 65가구(160명), 2009년 101가구(275명), 2010년 109가구(316명), 2011년 120가구(309명) 등으로 5년 사이에 무려 60배나 늘었다. 지난해에도 118가구(277명)가 귀농해 5년 연속 100가구 이상을 유치했다.

강진군에 귀농 행렬이 이어진 것은 군이 2007년 전국 최초로 제정한 ‘귀농자 지원조례’가 큰 몫을 했다. 귀농정착지원금으로 2000만 원을 지급하고 농촌 빈집 수리비 명목으로 500만 원을 지원한다. 귀농농업 인턴제, 귀농여성을 위한 프로그램, 귀농 멘토제 등 선도적 정책들도 귀농 일번지로 자리잡는 데 원동력이 됐다. 강진군의 귀농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출향인의 귀향보다는 타 지역 출신자들의 귀농이 유난히 많다는 사실이다. 윤호현 강진농업기술센터 인력육성팀장은 “아무런 연고가 없는 사람들이 강진을 선택했다는 것은 군의 귀농정책이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저렴한 농지 가격 또한 큰 장점이다. 강진군 내 농지(농림지역)의 시세는 3.3m²당 2만∼3만 원이다. 관리지역 농지도 별반 차이가 없다. 읍내 농지는 5만 원 선으로 다소 비싼 편이다. 근래 3년 사이 20% 정도 올랐다.

○ 귀농 후 억대 부농으로

귀농 후 억대 부농의 꿈을 이룬 농업인도 많다. 2007년 서울에서 내려와 강진군 군동면에 터를 잡은 송영갑 씨(65)는 억대 부농이다. 부용산 기슭에서 2만6000m²(약 8000평) 터에서 연간 오리 15만 마리를 출하해 1억2000여만 원의 순소득을 올리고 있다. 서울에서 주차장, 세차장, 자동차정비 등 사업을 하다 귀농을 결심한 송 씨는 질병에 강해 키우기 쉽고 45일 정도면 출하를 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오리 사육을 선택했다. 천연미생물제제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등 친환경 오리를 키워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질병도 없이 안정적인 경영을 해왔다.

귀농 1세대인 김강민 씨(43·청자골한우리 영농법인 대표)는 2005년부터 매년 억대 소득을 올리고 있다. 김 씨는 군동면에서 한우전문 매장과 벼 공동육묘장, 절임배추, 표고 공동재배사업을 하고 있다. 수도작과 축산, 버섯, 노지 재배 등이 결합된 복합영농을 선택한 김 씨는 주민들을 참여시켜 현재 20여 농가가 억대 부농의 꿈을 이뤘다.

강진군에서 억대 부농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말 현재 농가소득 1억 원 이상 농업인은 290명으로 2011년 223명보다 30%가 늘었다. 분야별로는 축산이 134명(46%)으로 가장 많고 식량작물 73명(25%), 원예 66명(23%), 유통 분야 13명(5%), 임업 4명(1%) 순이었다. 강진원 강진군수는 “농업 분야에 군 전체 예산의 3분의 1에 이르는 762억 원을 지원해 품질 고급화와 규모화, 조직화에 힘쓴 덕분”이라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고마미지#강진#귀농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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