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전남]‘친환경농업 1번지’ 넘어 ‘녹색 생명산업’ 수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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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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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농업의 메카 전남

‘녹색의 땅’ 전남이 대한민국 친환경 농업 수도로 우뚝 섰다. ‘친환경=전남’이란 이미지가 확산되면서 농가 소득이 크게 늘어나고 쌀, 과수, 원예, 축산 등 농업 전 분야에서 전국 최대 친환경농산물 공급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남도는 농업의 경쟁력을 극대화해 고부가가치 생명산업으로 키워나갈 방침이다. 전남도 제공
‘녹색의 땅’ 전남이 대한민국 친환경 농업 수도로 우뚝 섰다. ‘친환경=전남’이란 이미지가 확산되면서 농가 소득이 크게 늘어나고 쌀, 과수, 원예, 축산 등 농업 전 분야에서 전국 최대 친환경농산물 공급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남도는 농업의 경쟁력을 극대화해 고부가가치 생명산업으로 키워나갈 방침이다. 전남도 제공
섬진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남 광양시 다압면 관동마을은 봄이면 매화로 뒤덮이고 여름이면 야생화가 지천에 널리는 산골이다. 주민은 67가구 140여 명. 이 가운데 60%가 70, 80대 노인들이다. 마을 풍경이나 사정이 여느 시골과 다를 것이 없지만 관동마을은 2010년 전남도 제1호 유기농 생태마을로 지정됐다. 주민 모두가 친환경 농법으로 밤, 매실, 배, 단감, 녹차 등을 재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 과수 재배 면적(210ha·약 63만5000평) 가운데 유기농은 160ha(76%), 무농약은 50ha(24%)다. 주민들이 생산한 과수는 ‘귀골친환경영농회’라는 이름으로 한마음공동체, 두레생협 등 친환경농산물 전문유통업체에 판매된다. 직거래하는 회원만도 3000여 명에 이른다. 일부는 온라인 판매도 한다. 연간 매출액은 30억 원으로 가구당 평균 4500만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소득은 늘고 부채는 줄고

‘녹색의 땅’ 전남이 ‘친환경농업 1번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친환경 재배면적이 늘면서 농가 소득이 크게 늘어나고 쌀, 과수, 원예, 축산 등 농업 전 분야에서 전국 최대 친환경농산물 공급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남도가 친환경농업에 눈을 돌린 것은 2004년. 농업은 포기할 수 없는 생명산업인 데다 수입개방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안전한 농산물 생산밖에 없다는 절박감 때문이었다. 전남도는 먼저 ‘생명식품 5개년 계획’을 세웠다. 친환경 표준 농법을 보급하고 친환경 농자재 구입비를 지원하면서 친환경농산물 인증면적을 해마다 늘려갔다.

지난해 말 현재 전남지역 친환경농산물(유기농·무농약) 인증면적은 전국 인증면적(12만7493ha)의 60%에 해당하는 7만5948ha로, 전국 1위다. 친환경농업 선포 원년인 2004년과 비교했을 때 인증면적이 20배나 증가했다. 친환경농업에 힘입어 농가소득은 늘고 부채는 줄어드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 2011년 말 전남 농가 평균 소득은 3042만9000원으로, 전년에 비해 전국은 6%가 감소했지만 전남은 10%가 늘었다. 전남 농가 평균 부채는 2011년 1671만8000원으로 2010년보다 17.3%나 줄었고 전국 평균 2603만5000원의 55%에 불과했다.

농가 소득 증가는 학교급식이 일등공신이다. 전남은 2005년부터 도내 학교를 대상으로 친환경농산물을 식재료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2007년부터는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모든 식재료를 전남산 친환경농산물로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과 경기지역 학교급식용 쌀로 3515개 초중고교에 1만7000t이 공급돼 전체 급식시장의 48%를 차지했다. 과채류는 581개교에 1만3000t이 납품됐다. 영남권 학교급식 구매약정도 130억 원에 달했다.

축산 청정지역

동물복지형 녹색축산은 전남의 또 다른 경쟁력이다. 전남은 1934년 이후 단 한 번도 구제역이 발견되지 않은 ‘축산 청정지역’이다. 전남도는 2006년 친환경축산 5개년 계획을 세워 농가에 무항생제 사료와 유효 미생물을 공급하고 동물운동장을 확대하는 등 축산 환경 개선에 나섰다. 그 결과 2006년 도내 친환경축산 인증 축산농가는 5곳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말에는 2038농가로 늘어나 전국 5633농가의 36%를 차지했다.

올해로 10년째인 친환경농업이 빛을 볼 수 있었던 데는 전도사 역할을 한 유기농 농가들을 빼놓을 수 없다. 시군별로 협의체를 구성해 주기적으로 재배환경과 판로 확보 등을 논의하는 친환경농업인연합회가 중심 추다.

전남도가 2010년 전국 최초로 도입한 ‘유기농 생태마을’도 큰 역할을 했다. 농약도, 비료도 쓰지 않은 유기농 인증면적이 마을 전체 경지 면적의 20% 이상이어야 하고 생태환경을 옛날 그대로 복원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이지만 어느덧 15개 마을이나 조성됐다. 임영주 전남도 농림식품국장은 “유기농 생태마을은 단순히 친환경 농산물만을 생산하는 게 아니라 생태환경을 보존하고 유기농 체험 기회를 제공하며 도시민의 치료센터 역할까지 하는 도시와 농촌 간 상생의 모델”이라며 “2014년까지 50개 마을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남도는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친환경농업 1번지’를 뛰어 넘어 ‘녹색 생명산업의 수도’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친환경 고부가 식품산업 육성과 녹색축산 등에 주력해 수도권 등 대도시는 물론 중국, 일본의 고급 식단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이다. 이를 위해 올해 친환경농업 인증면적을 38%까지 늘리고 유통 인프라를 갖추기로 했다. 농어촌 공동체 회사 23곳, 수도권 물류센터 2곳을 건립하고 2015년까지 전남 나주시 산포면에 유기농과 무농약 등 친환경농산물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전문유통센터도 세울 예정이다.


▼ “안심하고 드세요” ▼


전남이 ‘친환경농업의 1번지’가 되기까지는 철저한 품질관리가 한몫을 했다. 소비자들에게 전남산 친환경농산물은 믿고 먹을 수 있다는 신뢰감을 심어주기 위해 유기농종합보험, 신고포상금제 등 다양한 시책을 도입했다.

2009년부터 시행된 유기농종합보험은 소비자안심보험과 유기농실천보험으로 나뉜다. 소비자안심보험은 소비자가 구입한 친환경인증 농산물에서 잔류농약이 나왔거나, 부패 훼손된 농산물을 먹고 탈이 난 경우 최대 1억 원까지 보상해 준다. 유기농실천보험은 친환경농업을 하는 농업인이 재해 피해를 입었을 때 농작물재해보험의 자부담을 지원해 주는 제도로, 유기농업을 실천하는 농업인의 소득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친환경 부정인증·유통 신고센터 23곳을 설치하고 신고포상금제도 시행하고 있다. 명예감시원 140명, 메신저 102명을 활용해 친환경 실천농가 및 농산물에 대한 자율감시 체계를 갖췄다.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살포하는 부적합 농가는 인증 취소와 함께 3년간 각종 지원사업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소비자 신뢰 확보를 위한 잔류농약 검사도 한층 강화했다. 인증기관에서 검사한 농산물을 시군에서 수매 및 출하 전에 다시 검사하는 3단계 보호장치로 부적격 농산물의 시중 유통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둠벙은 친환경농업의 상징이자 생태계 복원의가늠자 역할을 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둠벙은 친환경농업의 상징이자 생태계 복원의가늠자 역할을 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 “물웅덩이 되살리니 생태계가 살아났어요” ▼


‘둠벙’은 물웅덩이의 사투리로 작은 연못을 말한다. 샘이 솟거나 큰 냇가의 물줄기가 흐르는 곳에 땅을 파고 흙이나 돌로 주위를 둘러싸 습지 역할을 하게 했다. 하지만 둠벙은 경지가 정리되고 저수지와 댐, 콘크리트 농수로가 놓이면서 하나둘씩 사라지거나 메워졌다.

전남도는 생태환경을 복원하고 친환경농업 입증 지표로 활용하기 위해 2007년부터 둠벙 복원사업에 나섰다. 천적의 서식지를 제공하고 수질을 정화해 건강한 습지로 만드는 노력이 성과를 거두면서 생태 연못이 하나둘 살아나고 있다.

지난해 둠벙을 조사한 결과 수질을 정화해 주는 수생 생물이 1곳당 17종, 107마리가 발견됐다.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긴꼬리투구새우 같은 수생 곤충과 미생물, 무척추동물 등 각종 생물들이 살면서 생태계가 복원되고 수질도 크게 좋아졌다.

지금까지 조성된 둠벙은 426곳. 전남도는 둠벙을 농촌관광 자원으로 활용해 ‘전남=친환경’ 이미지도 높이고 있다. 전종화 전남도 친환경농업과장은 “둠벙이 친환경농업의 상징이자 생태계 복원의 가늠자 역할을 하고 있다”며 “2014년까지 800개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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