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 프리챌, 너 참 그리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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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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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뮤니티 ‘원조’ 19일 폐쇄… 누리꾼들 애도 물결 이어져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알린 인터넷 사이트 ‘프리챌’ 화면. 1999년 문을 연 프리챌은 유료화 전환 후 경영난에 허덕이다가 18일 밤 12시에 폐쇄됐다. 프리챌 화면 캡처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알린 인터넷 사이트 ‘프리챌’ 화면. 1999년 문을 연 프리챌은 유료화 전환 후 경영난에 허덕이다가 18일 밤 12시에 폐쇄됐다. 프리챌 화면 캡처
《 ‘프리챌’이 18일 밤 12시 세상을 떠났다. 향년 13세. 온라인 모임 서비스의 원조로 불렸던 프리챌을 다시 볼 수 없게 됐다는 소식에 이용자들의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프리챌은 지난달 중순 사이트 공지를 통해 ‘18일 작별’을 예고했다. 동영상과 게임 포털을 기반으로 커뮤니티를 제공했던 프리챌은 2000년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온라인 동호회 붐을 타고 ‘다음’과 함께 온라인 커뮤니티 1, 2위 자리를 다퉜다. 한때 1000만 명에 달했던 가입자는 온라인 모임 페이지를 개설해 정보를 교류하고 친목을 도모했다. 짧은 기간 내 급성장한 ‘프리챌’은 2002년 유료화 선언 뒤 이용자가 크게 줄었고, 결국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2011년 3월 파산이 결정됐다. 》

18일 오후 5시. 회사원 박모 씨(27·여)는 하던 일을 멈추고 프리챌에 접속했다. 고교 동창에게서 ‘오늘 밤 12시 프리챌이 문을 닫는다’는 메시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박 씨는 서울 명덕외고 11기 출신. 오랜만에 다시 찾은 프리챌 커뮤니티에는 10여 년 전 친구들의 대화록이 그대로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박 씨가 공부하던 불어과 커뮤니티에는 친구 한 명에 대해 댓글로 응원과 칭찬의 선플을 남기는 형식의 게시물이 유행이었다. ‘목소리가 참 귀여운 친구∼^^’ ‘영어도 잘하고 거기다 마당발!’ 박 씨는 친구들의 선플이 담긴 화면을 캡처해 페이스북에 옮겼다. 그는 “이 재미난 게시물이 담긴 프리챌 커뮤니티는 오늘 밤을 기점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당시 연세대 학생들은 프리챌에 개설된 ‘연세대 정보공유(연정공)’를 통해 학내 정보를 나눴다. 연정공 이용자는 운영진에 소속된 학생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연세대 재학생임을 증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이런 절차를 간소화해 2009년 프리챌과 무관한 ‘세연넷’이 탄생했지만, 졸업생과 일부 학생은 여전히 연정공을 이용했다.

한 학생은 세연넷에 프리챌 폐쇄 소식을 전하며 ‘한 줄의 짧은 리플에서 느껴지는 위트, 어떤 백과사전보다 훌륭했던 취업게시판 정보. 계속 생각이 날 듯’이라고 적었다. 일부 졸업생과 재학생은 연정공의 주요 자료와 글을 공유 사이트(www.yonshare.com)로 옮겼다. 이 사이트는 이달 안에 문을 열 예정이다. 연정공을 즐겨 찾던 졸업생 최모 씨(30)는 “선배들이 남겨놓은 취업, 고시 관련 정보가 한번에 없어지는 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영화동호회 ‘시네마인’ 등 프리챌 전성기에 대형 온라인 동호회로 이름을 날린 모임들도 프리챌과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이들은 프리챌 유료화 선언 이후 돈을 안 내도 되는 다른 사이트의 카페로 둥지를 옮겼다. 하지만 그동안 축적된 방대한 분량의 자료들이 대부분 프리챌에 남아 있어 새 둥지에선 회원 수가 줄어드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프리챌 관계자는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어 서비스 종료와 함께 자료를 재생과 식별이 불가능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인터넷 검색 포털에는 ‘프리챌’ 연관검색어로 ‘프리챌 백업’이 뜨고 각종 프로그램을 이용해 게시판, 사진앨범 등을 백업할 수 있다는 정보성 글이 돌아다니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컴퓨터에 자료를 내려받지 않았다면 원천적으로 복구가 불가능하다. 현재로선 추억을 되살릴 방법이 영영 사라진 셈이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프리챌#프리챌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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