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랑 놀아줄 분∼ 단, 여대생!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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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이시터’ 고용 가정 늘어

27일 구인구직전문 ‘단디헬퍼’에 등록되어 있는 채용정보. 최근 이 사이트에는 ‘놀이시터’를 구하는 맞벌이 부부의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27일 구인구직전문 ‘단디헬퍼’에 등록되어 있는 채용정보. 최근 이 사이트에는 ‘놀이시터’를 구하는 맞벌이 부부의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영어회화 네이티브 수준. 학원 및 개인과외 경력 2년. 평일과 주말 관계없이 아이를 돌볼 수 있어요!”

서울의 한 여대생 김모 씨(22)는 지난해 12월 구인구직사이트에 이런 내용의 구직 신청 글을 올렸다. 김 씨가 찾는 일자리는 ‘놀이시터’. ‘놀이’와 돈을 받고 아이를 돌봐주는 ‘베이비시터(babysitter)’의 합성어다. 김 씨는 청소년기를 해외에서 보낸 경험에다 대학에서 놀이영어교육 과목을 수강했다는 증명서까지 프로필에 첨부했다.

겨울방학 중인 대학생들 사이에서 놀이시터 아르바이트가 인기다. 조선족 여성들이 국내 가사도우미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지만 어린 자녀의 공부를 봐주거나 같이 놀아주는 데는 경쟁력이 약하다는 ‘틈’을 타고 생겨난 신종 아르바이트다.

○ 온라인에서 ‘놀이시터’ 구인구직 활발

27일 본보가 확인한 결과 전문 사이트를 구축해 ‘놀이시터’를 알선하는 업체는 10여 개에 달했다. 한 사이트에는 일주일 동안 “‘놀이시터’를 구한다”는 글이 26개 올라왔다. 이들 중에는 아이를 돌볼 베이비시터를 두고도 학습만 별도로 담당할 도우미를 찾는 가정이 적지 않다. 3세 쌍둥이 엄마 박모 씨도 중년의 중국 동포를 가사도우미로 뒀지만 아이와 즐겁게 놀아줄 수 있는 유아교육과 출신 놀이시터를 찾고 있었다.

신원이 확실한 놀이시터를 구하기 위해 재학생만 가입할 수 있는 대학 커뮤니티 사이트에 구인정보를 올리는 경우도 있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사는 워킹맘 이모 씨는 두 돌 지난 아들의 놀이시터를 구하고 있다. 그는 ‘시급 7000원. 하루 3시간 근무’ 조건을 내걸고 자신이 졸업한 모교 커뮤니티에 광고 글을 올렸다.

○ “베이비시터보다 낫다” vs “학생이라 책임감 없다”

놀이시터에 대한 정보는 자녀를 둔 여성들이 모이는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되기도 한다. 전업주부인 한 누리꾼은 후기를 통해 “원래 육아와 살림을 전담하는 조선족 이모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놀이시터와 가사도우미를 각각 따로 두고 있다”며 “유아교육을 전공하는 학생에게 맡겼더니 일반 베이비시터보다 아이가 훨씬 잘 따른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만도 있다. 놀이시터를 세 번째 구한다는 한 주부는 “기존 놀이시터가 시간 약속을 해놓고 펑크 내기 일쑤여서 새로운 사람을 찾는다”며 “아무리 대학생이라지만 책임감이 너무 없다”라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놀이시터’ 시장은 자신의 일 때문에 자녀의 초기 교육을 방치할 수 있겠다는 불안감을 가진 워킹맘이 늘면서 생겨난 것으로 추정된다. 정선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는 “가정부에게 아이교육을 맡기기 불안한 부모의 마음과 불황에 손쉬운 일자리를 찾는 여대생들의 요구가 ‘놀이시터’ 시장을 형성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아이를 돌보며 돈을 받는 게 쉬운 일이라고 여긴 일부 대학생이 책임감 없이 행동하는 경우가 있다”며 “되도록 유아교육 등 관련 학과 재학생을 고용하는 게 좋다. 재학증명서나 어학 관련 자격증 사본을 꼼꼼히 살피고, 인성면접도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놀이시터#여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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