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독서·발레·피아노… 법과 예술을 뒤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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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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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지영 하버드 로스쿨 교수와 ‘융합교육’

석지영 하버드 로스쿨 종신교수를 16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석 교수는 폭넓은 독서, 학부와 대학원에서의 문학공부, 발레와 피아노를 배우며 쌓은 예술적 감각이 어우러지며 세계가 주목하는 법조인이 됐다. 사진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석지영 하버드 로스쿨 종신교수를 16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석 교수는 폭넓은 독서, 학부와 대학원에서의 문학공부, 발레와 피아노를 배우며 쌓은 예술적 감각이 어우러지며 세계가 주목하는 법조인이 됐다. 사진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석지영 하버드 로스쿨 교수(40)의 이력은 화려하다 못해 경이롭다.

6세에 가족과 함께 미국 뉴욕으로 이민을 간 석 교수는 미국 영재학교 헌터스쿨을 나와 미국 예일대에서 학사(영문학, 불문학)를 마치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박사(불문학) 학위를 받았다.이후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 한 그는 미국 대법원 법률서기, 뉴욕 맨해튼 검찰청 검사를 거쳐 33세에 하버드 로스쿨 첫 한국인 교수로 임용됐다. 37세엔 아시아 여성 최초의 하버드대 법대 종신 교수가 됐다.자전적 에세이집 ‘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를 출간하며 한국에 온 석 교수를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어떤 교육을 받았고, 어떻게 이처럼 놀라운 성취를 했을까.》

독서 그리고 발레, 피아노


석 교수는 26세 전에는 법 공부를 한 적이 없다. 청소년 시절은 독서와 발레, 피아노 공부로 가득 차 있다.

그는 미국으로 이민을 온 뒤 매일 방과 후 어머니와 함께 공공도서관에 갔다. 안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로 시작된 독서는 플라톤과 호메로스로까지 이어졌다. 방학 땐 하루에 20권을 읽었다. 집에선 식사도 거른 채 하루 종일 책만 읽어 어머니와 말다툼을 할 정도였다. 헌터스쿨을 다닐 땐 수업을 빠지고 학교 화장실에서 문을 걸어 잠근 채 예이츠, 에밀리 디킨슨 등의 시를 읽기도 했다.

13세부터 3년간은 세계적인 발레학교인 ‘아메리칸발레학교’에서 발레를 배웠다. 줄리아드 예비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전 사랑하는 ‘놀이’를 하며 자랐어요. 다양한 모험을 하도록 자유를 허락한 부모님 덕분이었죠. 에세이집 ‘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의 영어제목은 ‘A Light Inside’입니다. 독서와 예술에 푹 빠져있던 학창시절은 제 내면세계를 충만하게 만들어준 시간이었습니다.”(석 교수)

법에 문학을 접목한 ‘융합인재’

석 교수는 “독서와 다양한 예술적 경험, 그리고 이민을 가면서 생기게 된 다른 언어에 대한 호기심 덕분에 시작한 문학공부가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고 말했다.

80년간 풀리지 않던 천체운동의 원리를 연금술의 개념을 물리학에 접목해 증명한 뉴턴, 인문학적 지식과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아이폰을 만든 애플의 고 스티브 잡스처럼 석 교수는 ‘융합인재’다.

석 교수는 서로 다른 분야를 법에 접목한 창의적 시각으로 자신만의 분야를 개척했다. 2010년 허버트 제이컵 상(미국 법·사회협회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법률서적)을 받은 저서 ‘법의 재발견(At Home In the Law)’이 대표적 예. 문학박사 시절 집(고향)의 개념과 의미에 대해 고민하던 그는 로스쿨에 와서 집이 사적인 공간이 아닌 공적인 공간이라는 개념을 형법에 적용한 시각을 제시해 학계의 큰 반향을 일으켰다. 가정폭력 등 집을 둘러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하버드 로스쿨에서는 ‘예술공연과 법’이라는 새로운 강의를 도입했다. 뉴욕시티발레단 수석무용수와 함께 강의하는 이 수업을 통해 지식재산권과 노동권에 초점을 맞춘 공연법과 관련된 문제 등을 가르쳤다.

오랜 문학공부는 법조문에 쓰인 단어와 표현을 정확히 독해하는 능력으로 이어졌다.

즐길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하라

석 교수는 자신을 타고난 ‘천재’로 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헌신적인 부모님 덕분에 기회가 주어졌고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사회적, 학문적 성과로 다른 사람보다 성공했다고 볼 순 없다”고 겸손해했다. 인생에서 화려한 이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삶을 대하는 태도와 열정이라는 것.

“저는 말하기와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매일 조금씩 반복하면서 극복해냈어요. 무엇이든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있다면 쉬워질 때까지, 아니 즐길 수 있을 때까지 스스로를 밀어붙이며 하고 또 하기를 반복해야 합니다.”(석 교수)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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