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당당한 10代 만든 한국의 ‘엘시스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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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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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습은 힘들었지만 합주를 하면서 친구들과 더 친해졌고 노력하면 하고 싶은 일들을 이룰 수 있다는 것도 배웠어요.” 전남 신안군 안좌초등학교 ‘사나래 학생오케스트라‘에서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6학년 박희정 양(12)의 얘기다. 박 양은 3학년 겨울방학에 처음 클라리넷 리드(관악기 입구에 붙인 떨림판)를 물었던 때를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

처음엔 ‘도’ 소리를 내는 것도 어려웠다. 일주일 동안 꼬박 연습해서 도 레 미 파 솔 라까지 불 수 있게 됐다. 클라리넷 연주에 재미를 붙여가면서 실력은 노력만큼 늘어난다는 것도 배웠다.

사나래 학생오케스트라 학생 52명을 지도하는 송화영 교사(32)는 “안좌초등학교는 전남 목포에서도 23km 떨어진 안좌도에 있는 자그마한 학교여서 예술과는 거리가 먼 곳이었지만 학생들이 자기 악기를 받고 연습하면서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며 “무거운 악기를 나르고 합주하면서 서로 챙겨주는 어른스러운 행동도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2011년 시작한 학생오케스트라 사업에 참여한 학교의 학생 열 명 중 아홉 명이 안좌초 학생들처럼 인성 부문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판 ‘엘시스테마’로 불리는 학생오케스트라 사업은 2011년 65개교로 시작했다. 학교마다 1억 원가량을 들여 악기 구입을 돕고 강사도 지원했다.

지난해에 사업학교를 300개교까지 늘린 교과부는 현재 2년간의 운영결과를 분석하고 있다. 동아일보가 최근 입수한 중간분석 결과에 따르면 사업을 운영한 59개교 학생에 대한 표본조사에서 89.1%의 학생이 인성변화도 항목에 긍정적으로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감이 향상된 것 같다’ ‘선생님들을 더 존경하고 따르게 됐다’ ‘협동 활동을 할 때 다른 친구들의 의견에 따르는 것을 배웠다’ 등의 항목에서 ‘그렇다’나 ‘매우 그렇다’로 응답한 것이다.

또 부산교대 양종모 교수(음악교육과)는 학생오케스트라 사업에 참여한 학생 937명과 학부모 754명을 표본조사한 결과 △자주성 △자존감 △근면성 △책임감 △배려심 △협동심 같은 인성 요인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응답이 평균 3.54점(5점 만점)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자존감 점수로 학생 4.38점, 학부모 4.41점이었다.

이에 따라 교과부는 올해 학생오케스트라 사업규모를 더 키우기로 했다. 현재 300개교에서 적게는 400개교, 많게는 600개교까지 늘린다. 또 올해 200개 초중고교에 예산을 지원해 학생뮤지컬단도 새로 구성하도록 할 계획이다.

뮤지컬단은 오케스트라와 비교하면 악기 구입비용이 덜 들어가고 춤과 노래, 이야기가 결합된 통합적인 예술교육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문화예술 혜택이 부족하거나 학교폭력이 심각한 지역을 중심으로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50개교씩, 중학교 100개교를 지정해 예산과 인력을 지원한다.

교과부 관계자는 “문화예술교육이 인성교육과 학교폭력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운영결과를 바탕으로 이를 다양하게 확대해 나가겠다”며 “인성 변화 등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결과는 이달 말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엘시스테마 ::

1975년 베네수엘라에서 오케스트라 교육을 통해 빈민층 아이들을 변화시키려는 목적으로 시작된 프로젝트. 범죄를 예방하고 협동심과 책임감을 향상하는 효과가 커 38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지구촌 화제가 됐다. 국내에서는 교육과학기술부가 2011년 첫 사업을 시작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엘시스테마#학생오케스트라#안좌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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