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브로커 검사’… 檢 “담당사건 변호, 매형 로펌에 알선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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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찰본부, 서울중앙지검 검사실 등 5곳 압수수색

현직 검사가 자신이 수사하던 사건 피의자들의 변호를 매형이 일하는 법무법인에 알선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3일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특히 사건 관련자에게서 “해당 검사가 자신이 잘 아는 특정 변호사를 찾아가 보라고 했다”라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뇌물 검사, 성 검사 사건으로 검찰총장까지 사퇴한 상황에서 ‘브로커 검사’ 의혹까지 사실로 확인될 경우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 ‘브로커 검사’ 의혹 본격 수사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박모 검사(37)의 사무실과 집, 승용차 등을 압수수색했다. 박 검사는 매형 김모 변호사가 일하는 법무법인에 자신이 수사 중인 사건의 피의자를 변호하도록 알선해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찰본부는 이날 김 변호사의 사무실과 승용차 등도 압수 수색했다.

박 검사는 2010년 주사용 마취제인 프로포폴 투약 사건의 피의자로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성형외과 원장으로 있는 의사 김모 씨를 조사했다. 김 씨는 간호조무사를 시켜 598차례에 걸쳐 프로포폴을 환자에게 투여해 1억5000만 원의 수익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김 씨는 진료기록부에 프로포폴 투여 명세를 기재하지 않은 혐의도 추가돼 기소됐다. 이후 1심 재판부는 “간호사 등과 공모해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라며 김 씨에게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김 씨는 감찰본부 조사에서 “박 검사가 연락처 등을 적어 주며 김 변호사를 찾아가 보라고 알려줬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김 변호사가 수임료로 1억 원을 요구했고 전액을 현금으로 지불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김 변호사 등과 나눈 대화 녹취록도 감찰본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사건은 수임료 편차가 크지만 만약 이번 사건에서 1억 원의 수임료가 건네진 게 사실이라면 이는 통상적인 형사사건 수임료를 웃도는 수준이다. 다만 변호사 업계에서는 의사자격증이 걸려 있는 프로포폴 사건의 특성을 감안하면 1억 원 수임료 제시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신이 수사 중인 사건 피의자에게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이나 법조브로커를 소개한 뒤 변호사 수임료의 일부를 받는 관행은 과거 경찰 수사 단계에서 종종 적발돼 왔지만 검사가 연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경찰의 낡은 수법을 검찰이 배웠다”라는 탄식도 나오고 있다.

감찰본부는 박 검사가 김 변호사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이 공모했는지, 또 수임료 일부를 박 검사가 챙겼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감찰본부는 이를 위해 두 사람의 계좌 거래 명세를 압수수색해 분석하는 한편 조만간 두 사람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김 씨가 “박 검사가 김 변호사를 소개했다”라고 밝힌 만큼 이 사실이 확인되면 박 검사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법 36조는 수사기관 종사자가 변호사를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만약 박 검사가 김 변호사와 공모해 수임료를 받게 했을 경우에는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처벌될 개연성이 높다. 또 이 수임료의 일부를 박 검사가 받았다면 뇌물수수 혐의로도 처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검찰 개혁 내부 동력 사라져

최근 한 달 사이에 현직 검사의 비리 의혹이 불거진 것이 벌써 네 번째다.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51)가 유진그룹 등으로부터 9억 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로스쿨 출신으로 갓 검찰에 발을 들인 전모 검사(30)가 여성 피의자와 성관계를 맺은 사건이 적발됐다. 광주지검 강모 검사(36)는 순천 화상경마장 뇌물 사건 수사와 관련해 지인을 이용해 함정 수사를 하고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으로 감찰을 받고 있다. 뇌물, 부적절한 성관계, 향응 수수, 사건 알선 등 잡범 수준의 비리가 총망라된 셈이다.

연이은 악재에 검찰 내부에서는 “내부 개혁의 동력은 사라졌다”라는 분위기다. 만신창이가 된 검찰로서는 이제 자체 개혁을 부르짖을 명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수도권 지검의 한 검사는 “검찰은 개혁 주체가 아니라 개혁 대상이란 점이 명확해졌다”라고 말했다.

최창봉·장관석 기자 ceric@donga.com
#브로커 검사#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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