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남도 민속학 대부’ 故 지춘상 교수 뜻 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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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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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채취 동영상-조사 노트 민속자료 2만888건 기증
강강술래-고싸움 등 무형문화재 발굴-재현에 큰 족적

1970년대 남도 곳곳을 찾아다니며 민속자료를 수집하고 있는 고 지춘상 교수. 지 교수가 평생 현장에서 채집한 2만여 건의 자료가 29일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에 기증됐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제공
1970년대 남도 곳곳을 찾아다니며 민속자료를 수집하고 있는 고 지춘상 교수. 지 교수가 평생 현장에서 채집한 2만여 건의 자료가 29일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에 기증됐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제공
민속학자 임동권 중앙대 명예교수는 ‘남도 민속학의 대부’로 불리는 지춘상 전 전남대 국문과 교수(1931∼2009)를 ‘묻혀 있던 남도 민속에 햇빛을 비춘 학자’라고 평했다. 그는 저서 ‘남도 민속학의 진전’에서 “전남지방의 민속놀이 발굴은 거의 지춘상 박사에 의해서 이뤄졌다. 발굴된 민속놀이는 발굴로 끝나지 않고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상위의 상을 모두 휩쓸었으며 시간과 학문을 달리하는 공연에 연출 솜씨를 보여 전남 향토예술의 멋을 보이는 데 크게 공헌했다”고 말했다.

전남 함평 출신인 고인은 1960년대부터 전통문화의 소중한 가치를 인식하고 전남대에서 재직한 40여 년 동안 민속학과 무형문화재 발전에 헌신했다. 남도 민속 가운데 최초로 국가 지정 문화재로 지정된 고싸움놀이(제33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여수 우수영의 강강술래를 발굴하고 재현해낸 주인공이다. 단순히 발굴에서 그치지 않고 많은 민속놀이를 전국민속경연대회와 남도 문화제 등에 출품해 이들 작품이 국가 및 시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받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관련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고증을 받아 사람들에게 가르치고, 작품을 구성해 지금 우리가 수많은 축제나 공연 작품 등에서 만날 수 있는 원형을 만들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들노래, 씻김굿, 농악 등 무려 20여 개 민속놀이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빛을 보았다.

그는 한국 민속학자 중에서 가장 방대한 현장자료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장조사 사진을 비롯해 동영상, 녹음 자료, 조사 노트 등이 사과박스로 27개나 된다. 자료는 ‘씻김굿’, ‘돌실나이’, ‘충효동 당산제’, ‘보성 별신제’, ‘산대놀이’, ‘달집태우기’, ‘진도 상여’, ‘법성포 단오제’, ‘영산골목줄다리기’ 등 모든 장르를 아우르고 있다. 남도 민속문화에 대한 그의 열정은 대단했다. 방학 때 대학원생들을 데리고 쌀과 반찬을 챙겨 현장조사를 나갔다가 섬에서 조난을 당하기도 했다. 연구비도 거의 없던 시절이었지만 그는 사비를 들여 남도 곳곳을 누비며 사라져 가는 민속 문화자료를 기록하고 영상과 녹음테이프에 담았다. 1990년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수집한 일본과 중국 등 동아시아 민속자료들도 많다.

고인이 평생 현장에서 수집한 2만888건의 민속자료가 29일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에 기증됐다. 기증은 2014년 들어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많은 이들이 자료를 공유하기를 바라는 지 전 교수의 부인 김용서 전남대 의류학과 명예교수(73)의 뜻에 따라 이뤄졌다. 이날 아시아문화정보원 준비관에서 열린 기증식에서 김종률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장은 김 명예교수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기증식에는 고인의 제자인 나경수 전남대 국어교육과 교수 등이 참석했다. 김 교수는 남편의 유품 가운데 어깨에 메고 다녔던 ‘소니 녹음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1975년 남편이 일본에서 구입한 녹음기를 서재에 틀어 놓고 헤드폰을 낀 채 채집해 온 노래 가사를 적어 내려가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회고했다. 이종욱 문화체육관광부 전당운영협력팀 주무관은 “이 기증자료는 세계인들이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질 때 많은 해답을 제공하고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인 광주의 빛깔을 드러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민속학#지춘상 교수#민속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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