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인물정보 판매, 개인동의 없으면 정보보호법 위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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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정보분쟁委, 유료서비스 중앙일보에 첫 배상 결정


중앙일보가 제공하는 유료 인물정보 서비스(사진)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의 첫 결정이 나왔다. 개인정보의 주체에게 정보 제공에 대한 동의를 받거나 고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리 목적으로 정보를 제공했다면 법률 위반이라는 취지다. 개인정보를 돈벌이로 활용하는 것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이에 따라 수십만 명의 인물정보를 유료로 제공하는 중앙일보와 연합뉴스, 조선일보 측을 상대로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H법무법인의 부광득 변호사(34)는 올 6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자신의 인물정보를 중앙일보 인물정보 서비스와 연계해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학력과 소속, 직위가 고스란히 나오는 데다 세부 경력과 출신 학교도 볼 수 있게 해 둔 것. 이 정보는 1000원을 결제해야 볼 수 있도록 돼 있었다.

그는 곧바로 중앙일보 인물정보 서비스를 운영하는 제이큐브인터랙티브를 상대로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이 위원회는 개인정보 관련 분쟁사건을 조정하는 독립적 준사법기구로 지난해 9월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만들어졌다.

위원회는 지난달 “부 변호사의 개인정보가 부당하게 영업 목적으로 이용된 만큼 제이큐브 측이 부 변호사에게 2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조정 결정했다. 변호사의 개인정보는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언론사가 수집 및 공개할 수 있지만 당사자에게 사전에 고지하거나 동의를 받지 않았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는 이유에서다. 위원회는 또 제이큐브 측에 “12월 초까지 재발 방지를 위한 계획을 수립해 보고하라”고 명령했다. 부 변호사와 제이큐브 측은 최근 이 조정 결정을 수락했다.

현재 중앙일보와 연합뉴스는 네이버 인물검색 서비스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조선일보는 조선닷컴 홈페이지를 통해 유료 인물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기본적으로 특정 인물의 학력과 소속, 직위정보를 공개하고 1000원을 결제하면 세부 경력과 출신 학교, 생년월일 등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대통령, 대법원장 등 고위공직자라면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공개 가능하지만 대부분 인물정보에 대해선 개인정보보호법 17조와 18조에 따라 정보 주체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중앙일보, 연합뉴스, 조선일보 측은 각각 약 3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관리하며 온라인에서 유료로 판매하고 있다. 향후 적절한 시정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번 사건과 비슷한 취지의 조정 신청이나 형사고소, 손해배상 소송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동아일보는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된 지난해부터 인물정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부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두고 형사고소나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었지만 현행 제도를 중단시키기보다 합리적으로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조정 결정을 수락했다”며 “언론사들이 현행법에 따라 자체적으로 제도를 개선하거나 관계당국이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창봉·강경석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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