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운행중단 선언]대선 단골메뉴 택시법… 정치권도 “선심성 인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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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퓰리즘 입법 논란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습니다. 결국 표 숫자에서 밀렸네요.”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시키는 대중교통법 개정안(일명 택시법)을 통과시키자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버스연합회)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택시법은 열악한 택시운전사들의 처우를 개선한다는 취지로 도입했지만 정부와 버스업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특히 버스업계 노사는 “전형적인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법안”이라며 여야 정치권을 강하게 성토하고 나섰다. 사상 초유의 전국적 버스 운행 중단 사태는 버스와 택시 두 업계 간 충돌로 치닫고 있는 데다 정작 사태를 촉발한 여야 정치권은 손을 놓고 있어 해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 2007년엔 법안 3번 제출

택시의 대중교통 포함 문제는 선거 때마다 불거져 왔다. 2004년 의원입법으로 이 내용이 포함된 대중교통법 개정안이 처음 발의된 이후 17, 18대에서 각각 3건, 6건의 비슷한 개정안이 제안됐다가 폐기됐다. “재정 부담이 크다”며 정부가 반대한 결과였다.

17대 대선이 있던 2007년에는 한 해에 세 차례나 관련 법안이 제출됐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 택시운전사들과의 간담회에서 “대중교통 지정을 검토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대선이 있는 올해도 새누리당 이병석 이명수 의원과 민주통합당 노웅래 최봉홍 박기춘 의원이 총 다섯 차례 이 법을 발의했다.

매번 선거를 앞두고 ‘택시법’이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표의 확장성’이 크기 때문이다. 버스연합회 관계자는 “이번 대선도 오차범위 내에서 결정된다는 예상이 나오는 상황에서 택시 종사자 30만 명, 가족까지 합해 100만 명이나 되는 세력의 요구를 국회가 그대로 수용했다”고 말했다.

○ 사태 해결 주체가 없다

이번 운행 중단은 버스업계와 택시업계의 ‘밥그릇 싸움’에 정치권이 대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해 개입하며 불거졌다. 여야 정치권 모두 택시 한쪽에 유리한 법안의 손을 들어준 만큼 다툼을 중재하고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정치권이 전국 버스 운행중단이라는 후폭풍을 맞고 ‘외통수’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소관 상임위인 국토해양위의 관계자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합의해 택시법을 넘긴 만큼 이제 와서 반대하는 쪽은 택시업계의 ‘주적’이 될 것”이라며 “지금 누가 나서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느냐”고 말했다. 국토위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가 통과시켰지만 솔직히 문제가 많은 법안”이라며 “재정 대책이 없이 선심성으로 통과시켰다는 지적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개정안 통과에 반대하는 정부 역시 협상 테이블을 만들기 쉽지 않다. 결국 버스업계가 전면 운행 중단에 부담을 느껴 자체적으로 중단을 끝내거나 국회가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보류하는 둘 중 하나가 아니면 해결이 쉽지 않다.

국토해양부는 이번 운행 중단 사태가 노사 대립이 아니라 국회의 택시법 통과를 둘러싸고 택시와 버스 두 업계가 충돌하면서 발생했다는 점 때문에 ‘파업’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을 내놨다.

국토부 측은 21일 브리핑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운행을 중단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파업은 아니며 노동법 적용 사항도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윤학배 종합교통정책관은 “원인이 임금분쟁 등이 아닌 정치적인 것인 만큼 당국이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며 “교통체계에서 차지하는 버스의 중요성을 강조해 설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다만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버스사업 면허를 줄 때 일정한 운수 조건을 지키도록 요구하고 있어 이를 따르지 않는다면 사업정지를 명령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최악의 경우 운행 중단에 참여한 버스사업자에게 사업정지 조치를 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내·시외버스 업체들이 운행 중단에 동참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사업정지 명령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버스업계의 전면 운행중단 행위의 불법성 유무를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우선 버스 운행 중단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위반되는지 등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법성 판단과 별개로 검찰은 운행 중단 이후 벌어질 수 있는 불법 행위에도 대비하고 있다. 버스업계 관계자들의 집회가 자칫 폭력시위로 번지거나 버스전용차로를 점거해 도로교통법을 위반할 개연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채널A 영상] 국회 법사위, ‘택시 대중교통법’ 처리 강행 이유는?


박재명·홍수영 기자 jmpark@donga.com
#택시법#법제사법위원회#버스업계#운행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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