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울산시, 신불산 케이블카 15년째 “의견 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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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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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락 기자
정재락 기자
19일 오후 울산시청 접견실.

박맹우 시장과 울산 서부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서(西)울주발전협의회 김광태 회장 등이 마주 앉았다. 신불산 케이블카 사업을 빨리 추진해 달라는 건의서를 전달하는 자리였다. 김 회장은 “더이상 민자 투자 형식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울산시가 직접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양섭 상임위원은 “케이블카 계획이 수립된 지 15년이 지났다”며 빠른 추진을 당부했다.

박 시장은 “시와 울주군, 주민 대표 등이 머리를 맞대 최적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서울주발전협의회 관계자들은 “또 미적거리는 것 아니냐”며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다.

불신은 울산시가 자초했다. 신불산 케이블카 설치 계획이 처음 마련된 것은 1997년. 해발 1000m 이상인 산 7개가 울산을 중심으로 몰려 있는 ‘영남알프스’의 산악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민자 유치를 전제로 신불산(해발 1209m) 정상 부근까지의 노선(연장 3.6km)도 설정했다.

하지만 환경단체가 반발하자 시는 한발 뺐다. 통영 미륵산 케이블카 개통(2008년 4월)과 KTX 울산역 개통(2010년 11월) 등 몇 차례 추진 동력을 마련할 계기가 있었지만 민자 유치 실패로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 신불산 케이블카 예정지 반대 쪽인 경남 밀양시에서 올 9월 개통한 얼음골 케이블카가 인기를 끌자 상황이 달라졌다. “울산시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개발한 영남알프스 산악관광의 열매를 밀양시가 다 가져간다”는 지적이 쏟아진 것.

울산시는 신불산 케이블카를 미륵산 케이블카처럼 공공개발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환경단체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훼손한다”며 여전히 반발하고 있어 사업이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찬성 측은 “케이블카가 침체된 지역 상권을 되살리고 장애인과 노약자들의 등산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찬반 양측의 토론이 필요한 대목이다.

다만 의견수렴을 내세워 또다시 세월만 보낸다면 책임 있는 행정 자세는 아니다. 사업의 방향이 정해지면 적정한 속도가 있어야 효율이 올라간다. 울산시도 15년을 허비했으면 그 정도는 알 때가 됐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울산시청#케이블카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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