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수확기 쌀값 이례적 오름세… 산지가격 7년새 최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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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배면적 줄고 작황 나빠져… 호남 수확량 10% 감소 전망
“연말까지 수급불안 가능성”

전국 최대 곡창인 호남지역의 올해 쌀 예상 생산량이 백수 피해와 재배 면적 감소로 지난해보다 10%가량 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수확기에도 쌀값이 오르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흉년으로 쌀 부족이 예상되자 상인들은 쌀 수매에 적극 나서고 농민들은 더 비싼 가격에 쌀을 팔기 위해 내다 팔 시기를 저울질하기 때문이다.

18일 전남도와 농협 전남본부에 따르면 20kg들이 쌀 한 포대가 시중가격 평균 4만5000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보다 3000∼5000원이 오른 것이다. 산지 쌀 가격(20kg 기준)도 4만3000원대로 최근 7년간 가장 비싼 수준이다. 통상적으로 쌀 가격은 수확기인 김장철에 하락하고 설 전후에 오른다. 지난해에는 곡물시장 큰손들의 사재기로 수확기에 쌀값이 처음으로 잠시 올랐지만 정부가 나서 가격이 안정됐다. 올해는 수년 내 최악의 흉년이라 연말까지 쌀값 오름세가 이어질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곡창지대인 호남지역이 태풍으로 인한 백수나 흑수 등 나락이 마르는 현상으로 작황이 좋지 않은 데다 경작 면적이 줄면서 쌀 생산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햅쌀 선호도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올해 전남에서는 쌀 경작면적 17만3283ha 중 5만8478ha(34%)가 백수 피해를 입었다. 피해 농가들의 지원금이 413억 원에 농약 값도 70억 원에 이른다. 전남지역 쌀 경작 면적은 2002년 21만2967ha에서 10년 만에 4만 ha가 줄었다. 전남지역 올해 쌀 예상생산량은 72만9498t으로 지난해 쌀 생산량 82만9040t보다 12% 정도 감소했다. 전남지역 쌀 생산량이 80만 t 이하로 떨어진 것은 최근 20여 년간 처음이다. 전남은 30여 년 동안 전국 쌀 생산량 1위를 고수했지만 올해는 충남에 이어 2위로 밀려났다.

전북도 올해 쌀 예상생산량은 62만6724t으로 지난해 68만4219t보다 8.4%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국의 정확한 쌀 생산량은 20일 발표될 예정이다. 1983년 냉해 피해 이후 최고 흉년이라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쌀 공급이 불안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흉년으로 인한 쌀 부족이 예상되자 상인들은 전국을 돌며 쌀 구매에 나서고 있다. 많은 면적을 경작하는 농민들을 중심으로 정부 공공비축미 수매나 농협·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 상인 가운데 더 비싼 값을 제시하는 판매처를 고르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공공비축미 100% 수매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흉년으로 농민들은 더 적은 소득을 거두고, 도시 소비자들은 더 비싼 가격에 쌀을 사야 하는 상황이다.

농민회 관계자는 “흉년으로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농림수산식품부가 자금 지원을 빌미로 쌀값을 인상하려는 RPC를 통제하려 하는 등 인위적 개입을 하고 있다”고 반발한다. 전남도는 곡물시장 큰손들의 농간이 작용하지 않으면 20kg들이 쌀 가격이 지난해보다 평균 1000∼2000원 오른 선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농협 관계자는 “흉년으로 쌀 가격이 다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제는 쌀 생산을 식량안보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곡창지#백수 피해#재배 면적 감소#쌀값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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