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구 교육국제화특구 선정 반발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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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들 발표 하루前 자료 검토說… 부실 논란
탈락 지자체 재심사 요구… 수성구 “무효訴 내겠다”

대구 달서구와 북구가 교육국제화특구 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하지만 탈락한 지방자치단체들이 재심의 요구와 심사 무효 소송을 준비하는 등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대구시가 교육특구 사업을 ‘공모’에서 ‘자체 선정’으로 갑자기 변경할 때부터 이 같은 후유증은 예상됐다. 시는 지자체들의 과열 경쟁과 탈락지역의 반발을 우려해 선정 방식을 바꿨지만 결국 책임을 피하기 위한 탁상행정이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본보 10월 23일자 A18면
교육국제화특구 경쟁 치열… 대구경북硏서 선정하기로


부실 선정 과정에 대한 논란도 상당하다. 교육과학기술부 통보 시일(2일)을 맞추려고 서둘러 진행하다 보니 지자체 사정은 외면했다는 것이다. 심사위원들은 선정 발표 전날인 1일에서야 관련 자료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 사정을 충분히 고려한 선정 기준도 마련하지 못하고 항목별 가중치 적용이나 종합점수로 환산하는 ‘기본’도 실종됐다. 이렇다 보니 심사위원 9명이 교육특구 대상지를 무기명 투표 방식으로 결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한 구청 관계자는 “대구교육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사업을 심사위원들이 투표로 결정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차라리 공모 방식으로 진행해 지자체들이 설명하는 기회라도 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사를 하겠다며 타 지역 인사들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한 점은 오히려 불공정 문제에 휘말렸다. 대구지역 사정을 잘 모르는 심사위원들에게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이야기도 무성하다. 심사위원 중에는 교과부의 교육국제화특구 심사위원도 포함됐다. 이 때문에 교육특구법 발의와 관계있는 국회의원이 선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특구로 선정된 북구는 이번 법안을 대표 발의한 서상기 의원의 지역구다.

8개 기초지자체는 선정에 앞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선정 과정이 지나칠 정도로 불투명해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분위기다. 수성구는 심사무효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형식적인 투표 선정이 심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것이다. 이진훈 수성구청장은 “비정상적인 평가 과정이 지자체가 동등하게 평가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선정 절차까지 위반했다”며 “이번 심사는 원천 무효이므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호 서구청장은 “어떤 기준에 따라 결정했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이대로는 대구시의 행정을 신뢰할 수 없으므로 재심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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