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식 페스티벌’, 호기심에 한입… 맛에 두입… 600인분 바닥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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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 과테말라에서 수교 50주년 기념

“한국 요리 최고” 23일부터 26일까지 과테말라의 수도 과테말라시티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한-과테말라 수교 50주년 기념 한국음식 페스티벌이 열렸다. 24일 행사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한국인 조리사들이 만든 요리를 맛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과테말라시티=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한국 요리 최고” 23일부터 26일까지 과테말라의 수도 과테말라시티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한-과테말라 수교 50주년 기념 한국음식 페스티벌이 열렸다. 24일 행사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한국인 조리사들이 만든 요리를 맛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과테말라시티=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황백 달걀지단과 버섯 고명이 살포시 올려진 오이선, 수삼 절편과 각종 양념으로 버무려진 쇠고기갈비찜, 핑크 색깔로 다섯 가지 맛을 지닌 오미자화채….

24일 낮 12시(현지 시간) 과테말라 수도 과테말라시티 인터콘티넨털 호텔 3층 대연회실에 차려진 전통 한식의 모습이다. 한-과테말라 수교 5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현지 정부 관계자 및 경제사회단체장, 교민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추연곤 주과테말라 대사와 과테말라 외교장관 등의 인사말로 1부 행사가 끝나고 2부 행사가 시작되자 대연회장에는 순식간에 한식의 세계가 펼쳐졌다.

한국에서 날아간 조리사 7명이 꼬박 사흘 동안 만든 26가지의 음식이 제 모습을 드러내자 박수와 플래시가 쏟아졌다. 무대에 오른 조리사 7명은 우송대 외식조리학부 고은희 교수(38), 글로벌한식조리학과 박진희 교수(39)와 이 대학 2∼4학년생인 이강원 문진현 주지은 김지혜 씨. 한식 양식 중식 조리기능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기자도 포함됐다.

이들은 기념행사와 축하공연 외에 수교 50주년을 맞아 23∼26일 나흘간 현지에서 열린 ‘한국 음식 페스티벌’에서 26가지 한국 정통 궁중요리를 선보였다. 이런 사실은 현지 유력 일간지인 ‘프렌사 리브레’와 방송사 ‘과테비숑’ 등에 비중 있게 보도됐다.

조리사들은 각각 3, 4개 요리를 전담했다. 껍질 까기, 채썰기, 볶기, 삶기, 고명하기 등은 잘하는 사람이 전담해 효율성을 높였다. 기자는 잡채와 오이선, 김치전과 채썰기를 맡았다.

하지만 과테말라에서 한식을 선보이기는 쉽지 않았다. 현지에서 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애호박과 대추 등은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해발 1500m 고지대여서 밥도 제대로 지어지지 않았다. 수삼과 오미자, 김, 멸치 등 300kg 정도는 한국에서 가져간 게 다행이었다.

박 교수는 “조리사 대부분이 각종 세계요리대회에서 상을 휩쓴 프로인데도 조리 여건이 안 맞아 힘들었다”며 “한식 세계화 사업에서 반드시 고려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24일 오전 11시 반경, 드디어 “스탠바이, 출발!”이라는 소리가 조리실에 울려 퍼졌다.

약 700m²의 연회장 5곳에 조리사 7명이 사흘 동안 공 들인 요리들이 차곡차곡 올려지기 시작했다. 겨자 소스를 곁들인 해물냉채, 연저제육, 김밥, 김치전과 녹두전, 삼색전, 송편과 수정과….

현지 참석자들은 호기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접시에 요리를 가득 담았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현지 직원인 아르카시아 노벨로 씨(33·여)는 “잡채는 정말 매력적이다. 부드러운 면발에 채소 맛이 어우러져 자연을 씹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카를로스 밥 밧신 과테말라 문화체육부 장관도 쇠고기 갈비찜을 맛본 뒤 “고기가 이처럼 부드럽고 감미로운 맛을 낼 줄 몰랐다”고 말했다.

잡채와 불고기, 김밥은 순식간에 동이 나 여러 번 채워 넣어야 했다.

과테말라 정부 직업학교인 ‘인테캅’ 모랄레스 파소스 교장은 조리복 차림의 기자에게 다가와 “한국 조리 과정을 교육 과정에 포함시키고 싶다. 조리사 파견을 섭외해 줄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600인분의 요리가 바닥을 드러내는 데는 고작 1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추 대사는 “좀처럼 한식을 맛볼 수 없는 중미에서 한식의 진수를 선보이게 돼 기쁘다”며 “정치적으로 안정돼 가는 이곳이 한류와 한식의 무한한 시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조리사들은 8차례에 걸쳐 과테말라 현지인 및 교민 1200여 명에게 한식을 선보인 뒤 30일 귀국한다.

[채널A 영상] “외국인 대장금 납시오” 한식 오디션 대회 어떤 요리가?


과테말라시티=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한국음식 페스티벌#과테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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