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장애인의 ‘보금자리 꿈’을 지켜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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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수다를 떨 수 있고 책과 TV도 볼 수 있어 좋아요. 장애인들의 보금자리 마련(자립) 꿈을 지켜주세요.”

장애인 백모 씨(48·여·지체장애 2급)는 지난달 광주의 한 영구임대 아파트에 입주했다. 백 씨가 입주한 영구임대 아파트는 39m²(약 12평) 크기로 저소득층을 위해 지어진 것이다. 백 씨는 2010년 그동안 살았던 장애인시설에서 나왔다. 이후 임시 거처에서 2년 동안 기초수급비 대부분을 쓰지 않고 저축했다. 이렇게 마련한 200만 원으로 영구임대 아파트 입주보증금을 내고 작은 보금자리 마련에 성공했다.

광주에서 백 씨를 비롯한 여성 장애인 4명이 시설을 벗어나 영구임대 아파트나 다세대주택 등 보금자리 마련에 성공했다. 차모 씨(32·지체장애 1급) 등 여성 장애인 8명은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임시 거처에서 생활하고 있다. 단체시설을 벗어나기 원하는 장애인들에게 자립주택(임시 거처)을 지원하는 사업은 한 사회단체에 의해 2009년부터 시작됐다. 광주를 비롯해 서울, 경기, 전남 여수 등 전국 네 곳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백 씨처럼 보금자리 마련에 성공한 것은 광주가 유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소득층을 위한 영구임대 아파트나 다세대주택 입주여건이 광주가 타 지역에 비해 다소 좋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나마 광주도 탈(脫)시설 장애인을 위한 자립주택 지원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사회단체가 2009년 지원했던 자립주택 5곳의 전세금 1억3000만 원을 반환할 시기가 됐기 때문이다.

임시 거처 없이는 장애인들이 시설을 벗어나기 힘들다. 시설에 살고 있는 장애인들에게는 저소득층을 위한 영구임대 아파트 신청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시설 장애인들은 중복 지원을 받는다는 이유로 장애등급에 따라 매달 몇 만원 정도의 수당을 개인적으로 지원받는다. 광주여성장애인연대 측은 “수당 2만 원을 지급받은 장애인이 영구아파트 입주보증금 200만 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수당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00개월을 모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애인이 시설에서 나와 생활할 경우 장애등급에 따라 매월 몇 십 만원의 기초수급비가 지원된다. 장애인들은 기초수급비 중 일부를 저축해 영구임대 아파트에 입주할 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다. 또 영구임대 아파트 입주 신청도 가능해진다. 임시 거처는 시설에서 나와 오갈 곳이 없는 장애인들의 자립여건을 키우는 공간이다. 장애인 인권단체인 (사)실로암 사람들 김용목 목사는 “장애인들의 자립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임시 거처 전세금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장애인 임시 거처 전세금 지원을 위한 예산지원을 다음 달까지 결정할 계획이지만 확보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장애인 보금자리#영구임대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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