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사비 털어 학생 도와주는 박연경·이명진 교사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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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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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제자들과 함께 살고 싶어요”

집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경기 보영여고 박연경(오른쪽), 경기 신흥중 이명진 교사 부부. 이들은 제자 여러명과 뜻을 같이하는 교사들이 다 같이 모여 이 집에서 살게 될 날을 꿈꾸고 있다.
집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경기 보영여고 박연경(오른쪽), 경기 신흥중 이명진 교사 부부. 이들은 제자 여러명과 뜻을 같이하는 교사들이 다 같이 모여 이 집에서 살게 될 날을 꿈꾸고 있다.
학교 울타리를 넘어 제자들의 대부, 대모가 되고자 하는 경기 보영여고 박연경(한국지리), 경기 신흥중 이명진(국어) 교사 부부. 46세 동갑인 이들 부부는 결혼 직후 13평 아파트에 신접살림을 차릴 때부터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 가정 형편상 부모의 품에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제자들을 한집에서 자식처럼 돌봐왔다.

처음 돌봤던 제자들은 벌써 30대 중반이 훌쩍 넘었다. 지금까지 이들 부부와 인연을 맺은 제자는 25명. 박 교사는 “진짜 부모처럼 장기적으로 관심을 갖고 동기를 부여하면 사회의 리더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을 보며 교사로서 모른 척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 양육에 들어가는 비용은 교사 부부가 부담


박 교사는 교사가 된 직후부터 기독교 교사 단체인 ‘좋은교사운동’에서 일대일 결연을 통해 형편이 어려운 제자들을 금전적으로 돕기 시작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옆에서 성장하는 것을 지켜봐 주며 도와주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 교사 부부가 제자를 돌보기로 정한 기간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잡아 첫 월급을 받을 때까지다. 식비, 생활비, 수학여행비, 첫 대학등록금 등 양육에 필요한 돈대부분을 박 교사 부부가 부담했다.

최소 5년은 함께 살아야 하므로 가족처럼 지낼 제자를 선정하는데 신중한 편이다. 함께 살 아이들을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삶에 대한 열정과 가능성’이다. 일반적으로 담임을 맡으면서 1년 이상 지켜본 후 집에 초대해 함께 살 집과 방을 보여주고 어떻게 생활할지 설명한 후 제자의 의사를 물어본다.

교사 부부와 함께한 이후 제자들은 점점 바뀌기 시작했다. 표정이 밝아지고 긍정적으로 변했다. 교사가 된 제자 A 씨는 고등학생일 때 우울증이 있고 자존감이 낮았다. 반에서 1, 2등을 할 정도로 성적이 우수했지만 “나는 열심히 공부해도 교사가 될 수 없을 거야”라며 부정적인 생각들로 가득했다. 그러나 박 교사 부부와 함께 살며 우울증을 극복하고 결국 교사의 꿈을 이뤘다.

박 교사 부부 슬하에서 자란 제자들은 영어 교사, 목사, 군인, 스튜어디스, 태권도 사범 등으로 장성했다. 이들 중에는 박 교사 부부의 모습을 본받아 어려운 형편의 청소년들을 돕는 제자도 적잖다. 박 교사는 “취업 후가 더 중요하다”며 “실제 부모처럼 사회와 가정생활에 대해 조언해주고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 대출 이자 300만 원, “제자 6명 돌볼 수 있는 돈인데 …”

부부에게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고민이 있다. 집을 짓느라 받은 대출금 때문에 너무 많은 이자를 지출하고 있는 것. 사연은 이렇다. 넓은 공간에서 더 많은 제자와 함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중 2005년 집을 지어주겠다는 후원자가 나타났다. 부부는 경기 동두천시의 땅 350여 평을 사들였다. 그러나 후원자가 사업 실패로 약속했던 후원금을 줄 수 없게 됐다.

집을 완성해야겠다는 생각에 은행 대출을 받았지만, 역부족이었고 결국 이 교사의 어머니와 동생이 전세금을 빼 집 건축비에 보태기까지 이르렀다. 그런데도 빚이 남아 현재 박 교사 부부는 한 달에 대출 이자로 300만 원 넘게 지출하고 있다고. 부부가 애초 꿈꿨던 가정은 뜻을 함께하는 제자들이 다 함께 가족처럼 사는 것이었다. 박 교사는 “300만 원이면 제자 6명을 더 돌볼 수 있는 돈인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 화목한 가족의 모습을 보고 배울 수 있도록…

잔디가 깔린 넓은 마당, 테라스, 나무 테이블 등 박 교사 부부의 집은 가정집보다는 ‘펜션’에 가까워 보인다. 박 교사는 집에 대한 아이들의 기억을 좋은 추억으로 바꿔주고 싶어 빚을 내서라도 최고의 것으로 갖췄다고 말했다. “힘든 애들 도와준다고 하면서 초라한 집에서 살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아이들에게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살도록 해주고, 잔디밭에서 삼겹살도 구워주며 따뜻한 가정의 모습을 알려주고 좋은 추억을 간직하도록 하고 싶었어요.” (박연경 교사)

박 교사 부부는 제자들과 함께 장을 보고, 요리하고, 여행도 가며 화목한 가정의 모습을 교육해주기 위해 노력한다. 현재 박 교사 부부는 또 다른 제자를 받기 위해 준비 중이다. 올해 3월까지 같이 살던 제자는 연세대에 입학 후 기숙사에 살게 되면서 집을 떠났기 때문이다. 새로운 가족은 올해가 가기 전 함께하게 될 예정이다.

글·사진 이영신 기자 ly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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