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잇단 묻지마 범죄 “불안”… 檢 격리 수용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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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77% “정신질환자는 위험”
인권침해 “우려”… 의사는 “격리땐 범죄 키울수도”

5일 오전 11시 20분경 전북 군산시 옥구읍의 한 농가. 최모 할머니(83)를 돌보기 위해 집을 찾은 요양보호사 문모 씨(45·여)는 다투는 소리에 안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방 안에서는 전모 씨(32·여)가 피 흘리고 있는 최 할머니를 발로 마구 차고 있었다. 문 씨가 말리자 전 씨는 발작 증상을 보이며 쓰러졌다. 최 할머니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경찰 조사 결과 전 씨는 12년 전부터 정신분열 증세로 치료받으며 매일 약을 복용해온 정신질환자였다.

4일 오후 3시경 제주 제주시 연동 B서점 주차장 주변 도로에서는 백모 씨(37)가 술에 취한 채 난동을 부리며 벽돌을 던져 승용차 유리창을 파손했다. 백 씨는 행인들에게도 마구잡이로 돌을 던져 김모 씨(39·여)가 팔을 다쳤다. 백 씨는 3일 오전에도 제주시 연동 도심지에서 차량 3대를 부수는 등 난동을 부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가 풀려났다. 경찰 조사 결과 백 씨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대구 소재 정신병원에 입원했으며, 정신질환자 등을 수용하는 J희망원에서 3일가량 생활하기도 했다.

이처럼 최근 정신질환자들의 ‘묻지 마’ 범죄가 잇따르면서 이들에 대한 관리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벌어진 서울 계성초등학교 흉기 난동 사건과 경북 칠곡군에서 벌어진 여대생 살해 사건도 모두 정신질환자들의 소행이었다.

시민들은 대비할 새도 없이 정신질환자의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주부 이모 씨(39)는 “아이들에게 ‘눈빛이 불안한 사람들이 말을 붙이면 도망치라’고 당부한다”고 말했다.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이 지난해 9월 국민 1040명에게 설문한 결과 “정신질환자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위험하다”는 주장에 76.6%가 찬성했다.

대검찰청은 8월 전국 강력부장검사회의를 열고 정신질환 범죄자를 포함한 ‘묻지 마’ 강력 범죄자들을 장기간 격리하는 보호수용제를 내놨다. 형기를 마친 뒤에도 재범 위험성이 낮아질 때까지 일정 기간 수용시설에 두겠다는 것. 김영철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강력범은 재범률이 높고 피해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격리를 해서라도 즉각적인 사회 복귀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호수용제는 2005년 이중처벌이라는 비판을 받고 폐지된 보호감호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정신질환자들의 인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정신질환자를 사회에서 격리해야 한다”는 주장 탓에 오히려 환자들의 병이 깊어진다고 주장한다. 국내 정신질환자가 처음 증상을 보인 뒤 치료를 받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84주로 미국 52주와 영국 30주에 비해 길다. 치료 시점을 놓치면 환청과 망상이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수준까지 심해져 환자가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벌일 수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군산=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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