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어린이집 116곳 운영정지-폐쇄위기… 보육대란 오나

  • Array
  • 입력 2012년 9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 인천 ‘보육료 횡령’ 경찰 수사 본격화 파장

최근 인천에서 100여 곳이 넘는 어린이집이 급식비 횡령으로 적발되면서 많게는 수십 곳의 어린이집이 폐쇄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어린이들의 보육은 물론이고 보육교사들의 무더기 실직도 우려되고 있다. 동아일보DB
최근 인천에서 100여 곳이 넘는 어린이집이 급식비 횡령으로 적발되면서 많게는 수십 곳의 어린이집이 폐쇄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어린이들의 보육은 물론이고 보육교사들의 무더기 실직도 우려되고 있다. 동아일보DB
어린이집 보육료 횡령 여부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인천지역 어린이집들이 술렁이고 있다.

▶본보 15일자 A12면 참조

경찰 수사가 마치 조직적인 국고 횡령처럼 비치면서 보육교사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고, 명예 실추로 충격 받은 일부 어린이집은 자진 폐쇄까지 하고 있다. 수사가 마무리되면 상당수 어린이집에 대한 운영정지 또는 폐쇄 결정이 불가피해 자칫 수천 명의 어린이가 제대로 된 보육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전국 최초로 3, 4세에게도 보육료를 지원하고 있는 인천시는 사건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 어린이집, 무엇이 문제인가

유치원에 비해 역사가 짧은 어린이집은 대부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인천의 경우 8월 말 현재 2112개(원생 7만7503명)의 어린이집이 있는데 국공립 103개를 제외하고 모두 민간시설이다. 이번 경찰 수사로 적발된 어린이집은 민간 어린이집 116곳으로 전체 5%에 해당된다.

경찰에 따르면 이 어린이집들은 납품업체와 짜고 식자재 구입비를 실제 가격에 비해 2∼3배 부풀린 뒤 차액을 횡령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천 남구 숭의동의 식자재 납품업체 N사가 2년간 여러 어린이집을 상대로 이런 불법행위를 한 사실을 적발해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어린이집 국고 횡령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정부와 인천시가 보육료를 지원하고 있지만, 이는 학부모에게 먼저 준 뒤 지정계좌를 통해 어린이집으로 건네지고 있기 때문에 국고 횡령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 해당 어린이집 상당수는 “간이영수증 처리를 인정해주지 않고 있어 이런 방식으로 변칙 회계처리를 하긴 했지만, 급식비는 아이들을 먹이는 데 모두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N사로부터 돌려받은 차액을 간식이나 부식비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 일부 어린이집은 자진 폐쇄

부평구에 있는 A 어린이집 원장은 유아 미술학원을 포함해 보육교사 경력이 20년가량 된다. 6년 전 시댁 땅에 건물을 지어 어린이집을 개원했고, 현재 원생 88명을 둔 비교적 큰 규모다. 보육교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남편도 함께 일하고 있다. 그들이 이곳에 투자한 가치가 10억 원 이상이지만 부부 월급은 다 합쳐 400만 원 정도라는 것.

이 어린이집도 이번 사건에 연루됐다. “N사와 18개월가량 거래했는데, 급식비로 매달 200만 원 결제했다. 주로 쌀, 생선류, 과일 등을 주문했는데 환급받은 돈으로 야채 등 싱싱한 다른 급식재료를 사는 데 썼다.”

이 어린이집의 원장은 “시설투자를 개인이 했는데도 마치 국공립시설처럼 회계처리를 너무 엄격하게 하니 이렇게 됐다”며 “간이계산서를 쓰지 못하게 해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농산물도매시장에서 급식재료를 사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표준 교육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보육료를 받고 있는데도 수년째 동결해놓고, 자율 운영조차 못하게 하는 현실을 더는 버티기 어려워 12월에 문을 닫기로 했다”며 울먹였다.

인천시도 이런 실정을 일부 인정하고 있다.

인천시 박덕순 여성가족국장은 “보육료 현실화가 필요하고, 보육교사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며 “편법 회계처리 문제는 자율적으로 정화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공공 보육시설을 대거 늘려 민간시설과 동반 성장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인천#경기#어린이집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