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의 그늘 돌보는 사회복지사들, 그들의 복지 그늘은 누가…

  • Array
  • 입력 2012년 9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5∼6시간씩 외진곳 찾아 상담… 알코올의존-우울증 질환 늘어
복지수요 늘어나 업무 급증… “박봉에도 감사 인사에 보람”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오금동의 한 청각장애 홀몸노인(왼쪽)을 방문한 사회복지사들이 노인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동행한 수화 통역자(왼쪽에서 두 번째)가 대화를 이어주고 있다. 7일은 사회복지의 날이지만 사회복지사들은 열악한 업무 환경에서 고통받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오금동의 한 청각장애 홀몸노인(왼쪽)을 방문한 사회복지사들이 노인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동행한 수화 통역자(왼쪽에서 두 번째)가 대화를 이어주고 있다. 7일은 사회복지의 날이지만 사회복지사들은 열악한 업무 환경에서 고통받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소외받는 계층이 많아질수록 사회복지사는 꼭 필요한 직업입니다. 하지만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에 건강을 해치거나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사회복지의 날’을 하루 앞둔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오금동의 한 주택가.

서울 송파구 소속 사회복지통합서비스 전문요원 백경혜 사회복지사는 미로 같은 골목을 몇 차례나 돈 끝에 허름한 집 앞에 섰다. 백 복지사가 찾은 사람은 72세의 이모 씨. 백 복지사는 청각장애에 백내장까지 겹쳐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 이 씨를 상담하고 병원에도 함께 간다. 4년 차인 백 복지사가 맡고 있는 집은 모두 20여 가구. 매일 2, 3집을 방문하는데 한 번에 대여섯 시간을 상담하기도 한다. 상당수가 알코올의존증,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 폭언을 듣거나 위협을 받는 경우도 생긴다.

구청 소속인 그가 받는 연봉은 초과근무수당 등을 모두 합쳐 연간 약 2300만 원 선. 계약직이지만 구청 소속이라 처우가 나은 편이다. 일부 민간기관에서는 사회복지사 연봉이 1000만 원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근무도 불규칙한 편. 오전 9시∼오후 6시가 근무시간이지만 상담 대상자들이 갑자기 찾아오거나 전화를 걸기도 한다. 대상자 형편에 맞춰 상담 일정을 잡기 때문에 퇴근 뒤나 주말에 상담을 해야 할 때도 많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가 지난해 사회복지사 25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연장·휴일근로수당을 지급받지 못했다는 답이 48%에 달했다. 57.1%는 이직하고 싶다고 답했고 그중 40.3%는 업무에 비해 임금이 낮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복지사들이 폭력에 노출되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11월 경남의 한 아동전문보호기관에서는 보호받던 학대 피해 아동의 아버지가 찾아와 불을 질러 10여 명이 다쳤다. 올해 초 경북 포항의 노인전문상담기관에서는 가정폭력으로 상담을 받던 남성이 상담을 마치고 나가는 복지사를 흉기로 찔러 중상을 입힌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추주형 한국사회복지사협회 대외협력과장은 “민간기관은 사회복지사가 상해를 당하더라도 지방자치단체나 정부에 알려지면 지원 대상에서 탈락하게 될까 봐 이를 숨기는 예가 많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는 대학에서 전공하거나 자격증을 취득한 학생들이 ‘남을 돕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지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백 복지사는 “일은 고되지만 내 도움으로 형편이 나아지는 사람을 볼 때마다 늘 뿌듯함을 느낀다”며 “이상과 꿈을 지닌 사회복지사들이 조금만 더 나은 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사회복지사#소외계층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