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자동차 오염 배출 기준치 정할때 실험롤러 대신 실제 도로서 측정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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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환경과학원 “질소산화물 허용치 최대 400% 초과”

오염물질 배출 허용기준에 맞게 제작된 경유자동차가 실제 도로에서 주행할 때는 허용기준을 웃도는 오염물질을 배출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국립환경과학원이 8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팔래스호텔에서 개최한 ‘실제 도로, 실제 운전, 실제 배출’ 국제세미나에서 유럽 공동연구센터(EC JRC) 마틴 바이즈 책임연구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바이즈 연구원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유럽산 경유자동차 9종과 대기오염의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 엄격한 배출허용기준에 맞게 제작된 경유차들이 실제 도로상에서는 배출 허용기준보다 평균 250%, 최대 400% 많은 질소산화물(NOx)을 배출했다”고 밝혔다. 소형 경유자동차 오염물질 배출 허용기준은 한국과 유럽이 같다.

환경과학원도 기아자동차 ‘쏘렌토’ 등 국내 경유차 배기가스를 조사한 결과 실제 운전조건에서 배출하는 질소산화물이 실험실에서 검사한 양보다 약 2.8배 많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에 따라 수도권 전체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기존 산정 결과보다 약 13.3% 상승할 것으로 환경과학원은 예측했다. 질소산화물은 태양광선과 광화학반응을 일으켜 오존을 생성한다. 오존은 폐 기능을 저하시킨다.

배출 허용기준과 실제 배출량이 차이가 나는 것은 신차 개발 시 자동차를 실제 도로가 아닌 실험용 대형롤러(Roller)에서 달리게 한 후 배기가스를 측정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는 자체 실험을 거쳐 신차의 배기가스 오염물질 농도가 허용기준치 이하로 나오도록 설계한다. 이후 정부에서 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 인증을 받는다. 하지만 실제 도로에서는 서다 가다를 반복하고 급가속, 시속 100km 이상 고속주행 등이 이뤄지다 보니 배출허용기준보다 많은 오염물질이 나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환경과학원은 향후 신차에 대한 자동차 오염물질 배출 검사를 실험실이 아닌 실제 도심 도로 주행에서 측정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환경과학원 이태우 연구사는 “실제 도로 주행을 기준으로 배기가스 내 오염물질 농도를 측정하고 허용기준치 이하로 나오게 해야 도심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다”며 “자동차업체들을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오염물질 배출 허용기준#경유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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