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인디밴드 육성하려 편법 눈감아줬더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홍익대앞 클럽 50곳 ‘단란주점’ 아닌 ‘일반음식점’ 등록

국내 클럽 문화의 메카는 누가 뭐래도 서울 마포구 상수동 홍익대 앞. 하지만 새로운 인디밴드(독립음악그룹) 문화 트렌드를 선보였다는 긍정적 효과 반대편에 불법의 그늘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현재 홍익대 주변에서 성업 중인 50여 개 클럽은 모두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했고 단란주점으로 신고한 업소는 한 곳도 없었다. 현행법상 술을 판매하거나 손님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출 수 있는 무대와 조명을 설치한 클럽은 단란주점으로 신고해야 하지만 이를 피해 불법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한 뒤 클럽으로 영업하다 적발되면 영업정지를 당할 수 있는데도 단란주점 신고를 피하는 이유는 세금 혜택 때문이다. 단란주점으로 신고하면 총매출의 10%에 이르는 부가가치세에 더해 과세표준의 10%를 개별소비세로 내야 하지만 일반음식점은 부가세만 내면 된다.

그러나 관할 마포구가 1990년대 홍익대 앞에서 싹트기 시작한 인디밴드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유흥업소보다 세금을 덜 내는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하는 것을 묵인해줬던 관행이 홍익대 주변 대부분의 클럽이 상업화된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홍익대 일대 50여 개 클럽 중 인디밴드 공연 등 순수 공연을 목적으로 하는 곳은 5곳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춤추고 술 마시는 것을 주목적으로 영업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성황을 이뤘던 인디밴드 공연 위주의 라이브 클럽은 현재 상당수가 문을 닫았다. 밴드 연습실도 인근 합정동이나 문래동 등으로 밀려나는 등 한때 홍익대 일대를 장악했던 인디문화는 홍익대 외곽으로 밀려났다.

마포구 식품위생팀 노재규 주무관은 “최근 홍익대 앞 클럽 성격이 상업적으로 변한 것은 맞다”면서도 “영업주들이 세금을 낼 바에야 벌금을 내겠다고 버티는 상황에서 하루아침에 과거 관행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하는 관행이 댄스클럽 영업주들의 배를 불리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국세청이 나서서 영업 형태에 맞게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클럽 내에서 폭행 등의 사건이 발생해도 클럽 영업주들이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도록 말리거나 내부적으로 무마하려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경찰이 출동하면 술을 파는 것은 물론이고 무대까지 설치돼 있다는 사실이 적발돼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월 황모 씨(30·여)는 홍익대 부근의 한 클럽에서 외국인 A 씨(37·여)에게 폭행당했으나 업주는 “경찰서 가도 보상받기 어려우니 좋게 해결하자”며 설득했고, 그 사이 A 씨가 도망치는 바람에 폭행을 당하고도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가 없는 이상 경찰이 일일이 클럽을 단속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구청 측이 인디문화 활성화에 기여하는 클럽은 일반음식점으로, 그렇지 않은 클럽은 단란주점으로 철저히 나눠 영업 신고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인디밴드#홍익대앞#단란주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