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폐교위기 딛고 명문으로… 삼산승영中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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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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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강화도 ‘석모도’에 있는 삼산승영중학교는 전교생이 오케스트라 활동을 한다. 한 때 폐교위기에 몰렸던 이 학교는 이제 섬 외부 학생도 전입하는 학교가 됐다. 사진은 학교 운동장에 모인 학생과 교사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인천 강화도 ‘석모도’에 있는 삼산승영중학교는 전교생이 오케스트라 활동을 한다. 한 때 폐교위기에 몰렸던 이 학교는 이제 섬 외부 학생도 전입하는 학교가 됐다. 사진은 학교 운동장에 모인 학생과 교사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인천 삼산승영중학교는 기초학력 미달학생이 없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2010, 2011년 2년 연속으로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이 0%다. 하지만 이 학교는 2009년까지만 해도 국어·수학·사회·과학 과목에서 전교생의 평균 20%가 기초학력에 미달됐다.최근 인천시교육청이 선정한 ‘2011 사학기관 경영평가’에서는 인천지역 전체 사립중학교 중 1위를 했다. 2009, 2010년에 학생들의 교육과 복지를 위해 적극 재정투자를 한 점 등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삼산승영중은 한때 폐교 위기에 몰렸던 섬 소재 학교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사이에 외부에서 학생이 전입하는 학교가 됐다.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삼산승영중은 한때 전교생이 350명에 달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저출산과 주민 이주로 섬에 사는 학생 수가 급격히 줄었다. 그나마 섬에 살던 학생 중 약 20%는 인천지역 중학교로 진학했다. 2004년에는 전교생이 34명이 됐다.

폐교 얘기가 나왔다. 실제로 섬의 모든 예비 중학생이 입학해도 전교생은 2014년에 20명대로 떨어지는 상황에 이르렀다. 많은 학생이 인천지역 중학교로 진학하는 점을 고려하면 전교생이 10명대가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노재환 이사장은 “석모도와 강화도를 잇는 다리를 만드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어 학교의 존폐가 걸린 위기에 직면했다”면서 “교사들과 머리를 맞대며 학생 수가 적은 상황을 강점으로 살린 ‘명품학교’를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 뒤처지는 학생 없는 학교

가장 먼저 공부에서 뒤처지는 학생이 없는 학교 만들기에 나섰다. 2009년부터 ‘티&티(Touch & Teach)’ 프로그램과 일대일 학습지도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티&티는 학년 초에 기초학력이 부족하거나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을 파악한 뒤 교사가 일대일 멘토가 되는 프로그램이다. 10명의 교사가 1, 2명의 학생을 맡아 1년간 함께 학습계획부터 진로상담까지 돕는다. 기초학력을 키우는 프로그램도 함께 시작했다. 주 4일간 오후 7시 20분∼9시에 특정 과목의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을 모아 담당과목 교사가 일대일로 지도한다. 학교 진도에 맞춰 교과서로 개념학습을 한 뒤 교육방송(EBS) 문제집을 함께 풀었다.

삼산승영중의 수업테마는 ‘모두 주인공이 되는 수업’이다. 한 학년이 15명 내외인 섬 소재 학교의 단점을 참여형 수업을 통해 강점으로 바꾼 것. 모든 교사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한 번 이상 직접 발표를 하거나 문제를 풀게 한다. 원어민 영어교사가 진행하는 영어수업이 대표적. 100% 영어로만 진행되는 이 시간에는 학생 수가 적기 때문에 모든 학생이 한 번씩 영어로 말하는 기회를 갖는다.

2009년에는 학생 중 국어(13%), 수학(27%), 사회(20%), 과학(40%) 과목에서 기초학력 미달학생이 나왔지만 학습프로그램 도입 1년 만에 전 과목에서 기초학력 미달학생이 사라졌다.

이 학교 3학년 송지훈 군(15)은 “수학시간에 배우는 ‘근의 공식’의 원리가 이해되지 않아 혼자서 공부할 자신이 생기지 않았지만 수학선생님이 방과 후에 내 수준에 맞춰 설명해줘서 수업을 따라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오케스트라·태권도로 자신감 업(Up)

삼산승영중은 모든 교과목 교사를 정규교사로 채용했다. 섬 소재 학교로는 드물게 음악, 미술, 체육 과목을 모두 정규교사가 가르친다. 이 학교가 운영하는 음악·체육 특성화 프로그램이 가능한 비결이다.

전교생이 참여해 1명이 1개 악기를 배우는 오케스트라 활동은 학교와 학생을 바꿨다. 음악을 가르쳐 학생들에게 책임감과 꿈을 길러주기 위해 오케스트라 운영을 계획했지만 곧 벽에 부닥쳤다. 학교 예산으로는 악기를 모두 살 수 없었다. 교사들이 직접 나섰다. 음악교사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학교의 사정을 알리는 글을 쓰고 악기 기증을 요청했다. 이후 개인기증은 물론이고 인천지역 고교로부터의 도움도 이어졌다.

본격적인 연습은 지난해 5월부터 시작했다. 악보도 볼 줄 모르던 아이들은 음악교사의 지도를 받으며 저녁 먹는 시간을 아껴가며 매일 연습했다. 지난해에는 강화군 방과후학교 페스티벌에 참석해 높은 평가를 받아 5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이 학교 3학년 윤주영 양(15)은 “첼로 파트 장을 맡게 됐는데 ‘나도 잘하는 일이 생겼다’는 생각에 공부할 때도 자신감이 생겼다”면서 “각자 전담하는 악기가 생기니 공부할 때는 장난치던 아이들도 오케스트라 연습 때는 진지하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는 주 2회씩 전교생이 대한태권도협회의 도움을 받아 태권도 수업을 한다. 또 공간이 넓은 섬 지역의 장점을 활용해 △미니골프장 △헬스장 △당구장 △탁구장 △테니스장 △배드민턴장 등을 만들어 평소에도 쉽게 체육활동을 한다.

○ 교사-학생비율 1 대 4… 학교폭력 ‘제로’

삼산승영중은 모든 영어수업을 100% 영어로 한다.
삼산승영중은 모든 영어수업을 100% 영어로 한다.
교사들이 노력하자 지역 학부모들의 인식이 달라졌다. 올해는 섬에 사는 학생은 외부의 중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대부분 삼산승영중으로 진학했다. 오히려 인천지역에서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 학생이 전입왔다. 학교는 섬 외곽에 살아서 통학이 힘든 학생과 육지에서 입학한 학생을 위해 교사 기숙사로 쓰던 건물을 학생 기숙사로 리모델링했다.

올해 목표는 학력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것으로 잡았다. 기초학력 미달학생이 없는 학교에 그치지 않고 학력우수 학교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올해부터 전교생을 대상으로 전국연합학력평가 성적 등을 기준으로 진학 가능한 대학을 알려주는 등 학습 동기 부여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학생이 직접 만들며 담임교사의 지도를 받는 학습플래너도 도입했다. 매주 월요일 1교시에 수행평가성적에 반영되는 영어, 수학 평가를 실시해 학생들이 취약점을 찾아내 보완해줄 계획이다.

김세한 교장은 “교사와 학생 수의 비율이 1 대 4인 장점을 살려 밀착생활지도가 가능하기 때문에 학교 폭력이 일어나기 어렵다”면서 “올해는 외국어고나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에 진학하는 학생이 나오는 중학교로 도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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