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日 ‘황새시장’도 깜짝 놀란 한국 황새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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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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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대 복원센터 방문한 나카가이 日 도요오카 시장
“日 절반기간에 눈부신 성과”

나카가이 무네하루 일본 도요오카 시장이 한국교원대 황새복원센터 사육장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황새를 찍고 있다. 이 황새는 2005년 도요오카 시에서 들여온 것이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나카가이 무네하루 일본 도요오카 시장이 한국교원대 황새복원센터 사육장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황새를 찍고 있다. 이 황새는 2005년 도요오카 시에서 들여온 것이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스바라시(훌륭합니다)!”

지난달 30일 충북 청원군 한국교원대 황새복원센터에서 나카가이 무네하루(中具宗治) 일본 효고(兵庫) 현 도요오카(豊岡) 시장(57)은 이 같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나카가이 시장 일행은 전날 경남 창녕에서 열린 국제습지보전 심포지엄에 참석했다가 이날 이곳을 찾았다. 그는 “한국의 황새복원 역사는 20년도 안 됐는데 40년을 넘은 일본보다 짧은 기간에 눈부신 성공을 이뤄냈다”며 놀라워했다.

나카가이 시장은 일본 내에서 ‘황새시장’으로 유명한 인물. 도요오카 시 토박이로 3선(選)인 그는 시의원 때인 1991년부터 황새복원과 황새도시 만들기에 앞장서 도요오카 시를 ‘황새의 고향’으로 탈바꿈시켰다. 도요오카 시는 ‘황새의 춤’이라는 농산물 브랜드를 만들었고 맨홀 뚜껑에까지 황새 문양을 새길 정도로 열정을 보였다. 그런 노력 덕분인지 관광객이 줄을 잇고 있다.

일본의 ‘황새시장’에 놀란 국내의 황새복원은 1996년 시작됐다.

습지 먹이사슬의 최강자이면서 행복과 고귀, 장수를 상징하는 상서로운 새로 알려진 황새(천연기념물 199호)는 동아일보 특종(1971년 4월 1일자 1면)으로 충북 음성군에서 마지막으로 한 쌍이 발견됐다. 하지만 수컷이 밀렵꾼에게 죽고 홀로 남은 ‘과부 황새’마저 1994년 9월 서울대공원에서 죽으면서 멸종됐다.

복원은 이 대학 박시룡 교수(60·현 황새복원센터 연구부장)가 주도했다. 20여 년 전 교원대에 부임한 뒤 박 교수는 ‘휘파람새 방언’ 연구를 시작했다. 박 교수는 “휘파람새는 당시만 해도 농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여름 철새였다”며 “하지만 연구를 시작한 지 10년이 지난 뒤에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로 농약 사용과 농경지 개발을 꼽았다. 이후 박 교수는 사라져 가는 종을 복원하기로 마음먹고, 황새를 ‘1순위’로 삼았다. 농촌 생태계 먹이 피라미드의 최상위 포식자인 황새가 되살아난다면 휘파람새 같은 종들도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박 교수는 1996년 새끼 황새 2마리를 러시아에서 들여왔다. 각고의 노력 끝에 2002년 인공번식(알을 인공으로 부화해 실험실에서 키우는 것)을, 이듬해에는 외국에서 들여온 황새 어미가 사육장 내에서 알을 낳고 새끼를 직접 기르는 데에도 성공했다. 2007년 6월에는 암수 한 쌍을 충북 청원군 미원면 화원리에 시험 방사했다. 박 교수는 “야생방사 결과 황새는 먹이가 비슷한 왜가리나 백로 등에 비해 사냥 기술이 뒤떨어져 환경오염 등으로 먹이가 줄어든 상황에 잘 적응하지 못해 멸종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일본 도요오카 시처럼 국내에서도 황새마을 조성이 한창 진행 중이다.

2010년 문화재청은 충남 예산군 광시면에 황새마을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광시면 대리 일대 12만2000m²(약 3만6970평)에 내년 말까지 180억 원을 들여 인공습지와 인공증식장 야생화훈련장 황새공원과 황새사육장 번식장 연구시설 등 황새 서식에 필요한 습지를 조성 중이다. 이후 야생 자연방사를 하고 친환경 황새생태농법을 도입할 예정이다.

나카가이 시장은 “처음 황새복원을 외쳤을 때 ‘경제’와 ‘환경’을 놓고 주민과의 갈등도 있었지만 설득과 합의 끝에 결국 두 가지 모두 살리는 데 성공했다”며 “예산군도 주민과 잘 협력해 세계적으로 성공적인 황새마을을 만들 것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생물 다양성이 파괴되는 것은 결국 문화가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항상 이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나카가이 무네하루#도요오카#황새복원센터#황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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