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노래방 참변, 비상구 있어도 특이구조로… 제 구실 못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6일 13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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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노래주점, 비상구 제 역할 못했다

주점 업주와 종업원들이 화재 초기에 안이하게 대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로 같은 주점 내부 구조와 부실한 대피 시설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5일 오후 9명의 사망자를 비롯해 34명의 사상자를 내 참사 현장은 화재 당시 상황을 말해주듯 주 출입구부터 처참했다.

건물 엘리베이터 앞 주 출입구, 주 출입구 안쪽 계산대, 그리고 주점 종업원들이 발화지점으로 진술한 계산대 옆 24번 방은 방음재용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천장과 벽면 스티로폼, 전선 등이 얼키설키 녹아내려 있었다.

[채널A 영상] “방이 전부 미로 구조…입구 못찾아 인명 피해 커”

소방 당국은 방음재 등이 타면서 엄청난 양의 유독 가스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했고, 목격자들도 불길보다는 메케한 연기가 건물에서 마구 쏟아져 나왔다고 목격담을 전했다.

소방 당국은 피라미드형 6층짜리 건물 3층에 위치한 노래주점 외벽이 통유리로 사실상 밀폐돼 출입구 쪽 발화지점에서 발생한 유독가스가 삽시간에 600여㎡의 주점 내부를 꽉 메워 피해자들을 덮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ㅁ' 자 형태의 미로 같은 구조도 화를 키웠다. 'ㅁ' 자형 복도를 따라 20여 개의 방이 배치돼 있는데 주 출입구에서 떨어진 방에 있었던 손님들이 대부분 참변을 당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주 출입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6, 7, 8번 방 복도에서 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들은 불이 난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고 방을 빠져나오다 통로를 찾지 못하고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됐다.

4명의 사망자는 주 출입구에서 불과 10여m 남짓한 14, 15, 16번 방 앞 복도에서 발견됐는데 이들도 주 출입구가 멀리 떨어진 방에 있다가 탈출을 시도했지만 주 출입구 쪽 불길 때문에 길이 막혀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노래주점에는 3개의 비상구가 있었지만, 여느 화재 참사 현장과 마찬가지로 급박한 상황에서 모두 제 구실을 못했다.

옥내계단과 옥외계단으로 통하는 2개의 비상구가 있지만 특이한 건물 구조 때문인지 주 출입구 반대편이 아닌 불길이 치솟은 주 출입구 주변에 위치해 비상상황에서 사람들의 탈출을 돕지 못했다.

2개의 비상구는 모두 불이 난 주 출입구 쪽 24번 방 앞 화장실 양쪽에 시설돼 주점 안쪽 방에 있던 사람들이 24번 방과 24번 방 앞 복도의 성난 불길을 헤치고 도달할 수 없는 위치였다.

주점 안쪽에 있는 비상구도 도움이 못 됐다. 건물 외벽의 접이식 사다리와 통하는 비상구로 1번 방과 2번 방 사이에 있었지만, 이 역시 비상구를 열고 용도를 알 수 없는 부속실을 지나 외벽 창으로 통하는 구조라 평소 눈여겨보지 않거나 주점 내부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면 사용하기 힘들었다.

주점 높이가 3층에 불과해 창문을 통해 뛰어내릴 수도 있지만, 주점 외벽이 건물 미관과 방음을 고려한 고강도 통유리로 시설돼 탈출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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