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번복’ 회견장엔 안 나타난 곽노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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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선택제 폐지 공언하다 “개악” 지적에 1년 유보
“혼란 키우고 책임회피” 비판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올해 중학교 3학년부터 고교선택제를 수정 또는 폐지하겠다던 방침을 1년 유보하기로 했다. 곽 교육감의 공약사항인 고교선택제 개편안 발표는 준비 부족을 이유로 지난해 12월에서 올해 3월 말로 계속 미뤄졌다.

구효중 서울시교육청 교육행정국장은 28일 브리핑을 통해 “두 가지의 개편안으로 모의 배정을 했지만 시일이 촉박해 검증이 부족했다. 올해는 불가피하게 현행 제도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올해 2, 3회 모의 배정을 할 계획이지만 내년에 고교선택제가 어떻게 될지는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곽 교육감은 이날 브리핑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 대신 기자들에게 서한을 보냈다. 그는 “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를 그대로 둔 채 고교선택권을 일부 조정·폐지하는 것으로는 고교 양극화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곽 교육감은 2010년 선거에 나오면서 “고교선택제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이런 방침을 여러 차례 확인했다. 지난해 5월에는 “이르면 2013학년도부터 수정 보완하겠다”고 했고 7월에는 “2013학년도부터 선지원-근거리 균형배정제도로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두 가지 개편안을 마련했다. A안은 희망자에 한해 중부학군 학교를 두세 곳 지원받아 배정하고 나머지는 거주지 인근에 강제 배정하는 방식이었다. 시교육청 내부에서 잠정적으로 확정했던 B안은 인접 2개 학군을 묶은 통합학군에서 2∼5개교를 선택한 뒤 학생들의 성적을 고려해 배정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둘 다 문제점이 드러났다. A안은 중부학군의 학급당 학생수가 평균 42명을 넘었다. B안은 선호도가 높은 지역 학생들이 정원 초과로 다른 학군에 가야 했다. 성적이 상위 10%에 드는 학생들이 상위권 고교에 현재보다 더 많이 배정되는 경향도 나타났다. 두 가지 안 모두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을 침해한다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이번 발표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곽 교육감이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공약을 밀어붙이려다 번복하는 바람에 혼선만 불러일으켰다는 것.

공정택 전 교육감이 고교선택제를 2009년 도입하기까지는 4년이 걸렸다. 모의 배정은 2년간 세 차례나 했다.

[채널A 영상]‘고교선택제’ 누굴 위해 바꾸나

곽 교육감이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교육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고교선택제를 폐지한다고 밝혀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혼란을 겪은 점을 감안하면 교육감이 직접 발표하면서 이해를 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고교선택제#곽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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