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진보 교육감 5명 “교원평가, 정부안 따르지 말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전북 서술형을 모델로”… 지난달 따로 모여 논의

진보 교육감들이 교원평가와 관련된 정부 지침을 따르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교원평가 법제화가 무산된 데다 정부 지침을 따르지 않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된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이 지난달 무혐의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진보 교육감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부분 정부 지침대로 교원평가를 시행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달 말까지 교원평가 시행계획을 제출하라고 시도교육청에 지시했다. 그러나 진보 교육감이 있는 곳 중 전남을 제외하고 서울 경기 강원 광주 전북 등 5개 지역이 교육감 지시를 이유로 제출하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지난달 열린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진보 교육감들이 따로 모여 전북의 교원평가 방안을 따라가자는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본보가 22일 확인한 결과 5명의 진보 교육감은 전북이 마련한 방안대로 교원평가에서 계량적 측정 방법(객관식)과 서술형 중 무엇을 택할지 학교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대통령령에 따르면 두 가지를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와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학교가 교원평가를 할 때 서술형과 계량적 방식 중 무엇을 택해도 인정해준다. 교원평가 자율성이 교육감에게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서술형을 활용한 전북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는데, 교과부가 계량적 방식을 강요하는 건 문제가 있다. 단위 학교의 재량권을 많이 확대하려 한다”고 했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도 “교육감들이 약속을 하고 왔다. 학교 자율에 맡기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라고 전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일부 교원단체에서 계량적 방식의 문제를 지적해 그걸 수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진보 성향의 다른 지역과 맞춰야 하는 점과 교과부 방침과 어긋나도 교육감이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는 측면도 고려하고 있다. 교육감 판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만 약간 소극적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달 교과부 방안을 지키는 쪽으로 기본계획을 세웠다가 전북의 상황을 보면서 교육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며 “교과부와 갈등을 계속 빚고 있는 상황인데 굳이 전북 방안을 따라야 하는지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전남도교육청도 진보 교육감 지역의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과부는 진보 교육감들이 이 같은 방식을 밀어붙일 경우 직무유기로 고발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지난해 전북 지역 학교의 절반 정도를 보면 학생과 학부모가 서술형으로만 응답했다. ‘감사합니다’ ‘ㅋㅋㅋ’같이 무성의한 대답이 많아 평가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면서 “전주지검이 비록 김 교육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대통령령 및 기본계획에 일부 부합되지 않는 계획을 수립·시행했다’고 지적했기 때문에 다른 교육감에게도 원칙대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교과부#교원평가#교육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