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3이 무슨 주5일 타령”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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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학교들 “토요일 자율학습해라” 반강제 등교수학여행 폐지 고교도… 교육청 “제재방법 없어”

“토요일은 격주로 쉬고 한 주는 오후 6시까지 남아 공부하라는데, 이게 주5일제 수업인가요?”(서울 A고 3학년)

“평일에만 하던 자율학습을 지난주 처음으로 토요일에도 했어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주말이 없어요.”(인천 B고 3학년)

‘주5일제 수업’이 전면 도입된 지 1주일. 일부 학교들이 자율학습 명목으로 토요일에도 학생들을 불러내 논란을 빚고 있다. 수업일수가 모자란다며 수학여행을 없애려는 학교도 속출해 제도 도입의 취지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토요일에 다양한 특기 적성·교과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학교는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서울 C여고 3학년 학생은 “자율이라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선생님들이 토요일 자습에 거의 강제로 나오게 한다”고 말했다. D고 3학년 학생도 “토요일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자습하고 점심 먹고 다시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자습이다”고 했다.

학생들은 불만이다. 한 학생은 “토요일에는 자습하고, 주5일 수업을 하기 위해 평일 수업 시간도 늘어났다. 이런 제도를 왜 도입한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북에 사는 한 학부모는 “원래 학교에 나가는 토요일에는 급식이 나왔는데, 주5일제 도입 후에는 안 나와서 따로 도시락을 싸야 한다. 아이들이 안쓰럽다”고 말했다.

학교는 학교 나름대로 사정을 토로한다. 서울 E여고 교장은 “고 1, 2학년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설했지만, 공부해야 하는 3학년은 자율학습 위주다. 지도교사가 감독하고 교실에서 EBS 강의도 듣게 한다. 기존에 하던 일요일 자습에도 학생 50명 정도가 나온다”고 말했다. C여고 교장은 “고 3이 집에서 놀면 학부모가 불안하게 생각한다. 자습이라도 하게 해야 한다”고 전했다.

수학여행을 없애는 학교도 있다. C여고는 올해부터 고 2는 수학여행을 가지 않기로 했다. “수업일수는 기존 205일에서 190일 내외로 줄었는데 수업시수는 그대로라 수학여행을 갈 여유가 없다”는 게 이유다. F고는 1학년 수학여행을 없애기로 했다. 교장은 “주말이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육당국은 주5일제 수업 취지를 훼손하는 강제 자율학습은 최대한 막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특히 일부 특목고나 자율형사립고가 자율학습에 강제로 참여하게 한다는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 24일까지 현장 점검을 벌여 운영상 문제가 있는 학교는 지도할 방침이다. 하지만 강제로 제재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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