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멋대로 ‘비급여 진료비’ 내용 파악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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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ECD ‘한국 의료질 보고서’


한국의 병원들은 비급여 진료비와 진료 명세를 정부에 투명하게 보고하도록 해야 한다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문제를 제기했다.

OECD 보건부는 26일 발간한 ‘한국 의료의 질 검토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에 앞서 본보는 제멋대로 책정되는 비급여 진료비가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본보 3일자 A1면 건보 비적용 진료비, 최대 500만원…

A3면 [의료복지, 비급여의 덫]<상>진료비, 부르는게 값?

이번 보고서는 OECD가 10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의료체계의 질과 성과를 심층 분석해 정책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OECD가 한국의 보건의료 체계를 광범위하고 깊이 있게 분석한 것은 처음이다.

OECD는 의사가 진료를 많이 할수록 진료비를 많이 청구할 수 있는 ‘행위별수가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과잉의료를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2009년 우리나라의 입원환자 1명당 연간 병원 이용일수는 16.7일로 OECD 평균(8.8일)의 배에 육박했다. 국민 1인당 의사 진찰 건수도 13일로 OECD 평균(6.5일)의 두 배였다.

OECD는 대안으로 “포괄수가제를 최대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OECD는 “적절한 입·퇴원 기준을 마련하는 등 의료서비스의 양과 강도를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울러 의료서비스의 질과 효율성 등의 성과를 따져 병원별로 보상을 달리해야 한다는 제안도 담았다. 현재 국내에서 포괄수가제는 백내장 치질 등 7개 질병에만 실시되고 있다.

이와 함께 OECD는 국내 병원들의 비급여 문제를 지적했다. OECD의 권고안이 국내 의료법보다 한층 더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OECD는 “정부가 비급여 진료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널A 영상] 건강보험 혜택 늘었다는데 의료비 부담은 왜 그대로일까

병원들의 들쭉날쭉한 비급여 진료비 문제를 지적한 본보 3일자 A1면.
병원들의 들쭉날쭉한 비급여 진료비 문제를 지적한 본보 3일자 A1면.
현재 국내 병원들은 의료법에 따라 비급여 진료비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OECD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비급여 진료가 실제로 얼마나 건강을 향상시키는지 파악되지 않고 진료비가 어떻게 쓰이는지도 공개되지 않는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OECD는 “많은 의료기관이 규제 없이 비급여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며 병원의 재정 공개를 의무화할 것을 주문했다.

김선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OECD프로젝트 지원단장은 “의료비는 가치만큼 제대로 쓰이는지가 중요한데, 어떻게 쓰이는지도 모르면서 비용만 치솟고 있기에 이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비용이 얼마인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환자에게 몇 번이나 찍는지를 파악하지 않으면 비급여가 관리된다고 볼 수 없다”며 “단순히 진료비뿐 아니라 진료 명세와 돈의 쓰임새까지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보고서는 동네 의원 중심의 1차 의료서비스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1차 의료기관에서 관리를 잘하면 입원을 줄일 수 있는 천식, 당뇨와 같은 질환자의 입원율이 높다는 것.

가령 2009년 천식으로 인한 인구 10만 명당 입원 건수는 한국이 101.5건으로 OECD 평균(51.8건)의 두 배 수준이었다. OECD는 “한국이 대형병원의 질은 괄목할 만큼 향상됐지만 1차 의료의 성과는 저조하다”며 “지역사회 중심의 보건서비스를 통해 1차 의료를 강화하고 진료의 지속성이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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