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희태-김효재 불구속기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1일 14시 52분


코멘트

현직 국회의장 신분 사상 첫 사법처리
"직접증거 부족·공직사퇴한 점 고려"…'솜방망이 처벌' 비판도
고 의원실 300만원 박의장 통장서 나와…다른 돈봉투 의혹 '미궁'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상호 부장검사)는 2008년 전대 당시 후보였던 박희태(74) 국회의장과 박 후보 캠프 상황실장이던 김효재(60)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정당법 위반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검찰은 또 캠프에서 재정·조직 업무를 담당했던 조정만(51·1급)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고승덕 의원실에서 3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돌려받은 박 의장 전 비서 고명진(40) 씨는 기소유예 처분했으며, 고 의원실에 돈 봉투를 돌린 것으로 지목된 '뿔테남' 곽모(33) 씨와 캠프 회계책임자 함모(38·여) 씨는 불입건 조치됐다.

서울중앙지검 정점식 2차장검사는 이날 오후 관련자들에 대한 일괄 사법처리 내용을 포함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고승덕 의원의 폭로로 지난달 5일 수사에 착수한 지 47일 만에 한나라당 전대 돈 봉투 살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됐다.

현직 국회의장이 사법처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997년 한보사건 당시 대검 중수부의 방문조사를 받았던 김수한 국회의장은 무혐의 처분됐었다.

새해 벽두부터 정치권을 뒤흔든 돈 봉투 살포 의혹 수사가 박 의장과 김 전 수석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종결됨에 따라 야권 등으로부터 '솜방망이 처벌' 아니냐는 비판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검찰이 고 의원실 외에 다른 의원실의 돈 봉투 살포 의혹은 밝혀낸 게 없어 수사에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박 의장과 김 전 수석이 돈 봉투 전달을 지시한 것으로 의심이 가는 정황이 있지만, 직접 증거가 부족하고 두 사람이 공직을 사퇴한 점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의장과 김 전 수석, 조 수석비서관은 2008년 7·3 전대를 앞둔 7월 1~2일께 고 의원에게 3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캠프 직원이 박 의장 명의로 된 하나은행 마이너스통장에서 7월1일 1억원, 2일 5000만원을 각각 인출했고, 이 돈 가운데 300만원이 고 의원실에 전달된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검찰은 안병용(54·구속기소)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이 당협 간부들에게 돌리라며 구의원들에게 전달한 2000만원은 박 의장 등의 혐의에 포함하지 않았다.

박 의장이 라미드그룹으로부터 받은 수임료 중 수표 4000만원이 그해 6월25일 현금화됐고 그 즈음에 안 위원장에게 2000만원이 건너간 정황은 포착됐지만 실제로 두 돈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지는 못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박 의장에게서 나온 총 1억9000만원 중 고 의원에게 전달된 300만원을 빼고는 나머지 돈의 용처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캠프 관련자들은 300만원 이외의 자금은 경선 현장에서 이벤트 비용으로 썼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장 등 3명에게는 정당법 50조(당대표경선등의 매수 및 이해유도죄) 1항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이 항목은 정당의 대표자 등으로 선출되게 하거나 선거인에게 투표하게 할 목적으로 후보자나 선거운동관계자 등에게 금품과 향응 등을 제공하거나 받은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6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안 위원장은 전대 당시 은평구의원 5명에게 2천만원을 주면서 당협간부들에게 50만원씩 주라고 지시한 혐의(정당법 50조2항)로 지난 3일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박 의장 등에 대해 안 위원장과는 달리 형량이 가벼운 정당법 50조 1항(전달)이 적용된 이유에 대해 "상하관계 속에서 지시자로서의 구체적인 역할 분담이 이뤄졌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어 구의원들이 지시자로 특정한 안 위원장과는 사정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고 의원 외에 돈 봉투를 받은 다른 의원들을 확인하려고 노력했지만, 돈을 주고받은 사람 모두 처벌이 되므로 자발적 진술을 기대하기 어렵고 현금으로 전달됐을 것이므로 계좌추적으로도 밝힐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60여년 간의 정당 정치에서 관행적으로 행해지던 돈 봉투 제공행위를 처벌해 금품수수 행위가 근절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현직 국회의장과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철저히 수사해 금품제공에 관여한 사실을 밝혀 사법처리한 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