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보다 건강보험 혜택이 늘었다는데,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은 갈수록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동아일보 이샘물 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이 기자, 건강보험 보장이 느는데 국민들이 내는 의료비가 왜 안 줄어드는 건가요? [기자] 네,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비급여 의료비’가 더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취재진이 조사해보니 199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간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는 약 두 배가량 증가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진료비’는 1.2배가 늘어 비급여 진료비 증가속도를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한 70대 폐암 수술 환자의 진료비 영수증을 보고 계신데요.
3451만 원 가운데 1156만 원을 본인이 부담했는데, 이중 1030만 원이 보험 적용을 못 받는 비급여 진료비였습니다.
건강보험의 지원이 늘어도 이렇게 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비급여 진료비가 많다면, 일반 국민들이 내는 의료비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멘트]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의료비, 비급여 진료비가 많기 때문이었군요.
이 비급여 진료비의 가격은 어디서 정하는 겁니까?
[기자] 사실상 병원이 마음대로 정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대체로 의료장비의 가격과 노후 정도, 인건비, 물가상승률 등에 따라 결정한다는데요. 문제는 이 가격을 책정하는 기준이 병원마다 다르고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병원들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전화녹취: A 대형병원 관계자] “이 검사를 누가 하는가. 그것 따라 사실은 오히려 차이가 많이 나죠.” [전화녹취: B 병원 관계자] “많이 고려되는 부분은 아니죠. 장비 관련 요소들이 많이 작용하는 상황이죠.” 어디는 인건비가 중요하다고 하고, 어딘 그렇지 않다고 하는 등 제각각인 걸 알 수 있습니다.
[앵커멘트] 그렇다면 같은 검사나 수술이라도 병원별 가격차가 있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실 차이가 있는 정도가 아니라 그 차이가 꽤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취재진이 국내 대형병원 10곳의 주요 비급여 항목 18개를 모두 조사해봤는데요.
초음파, 내시경 같은 검사비용은 2~3배 차이가 났고, 라식·라섹, 임플란트 시술 가격차도 2배가 넘었습니다. 가격이 비싼 로봇수술의 경우 그 차이는 최대 500만 원에 달했습니다.
물론 병원별로 장비나 인력의 차이가 있겠지만, 어느 병원에 가느냐에 따라 같은 검사와 수술을 하는 데 수백만 원이 왔다갔다하는 셈입니다.
[앵커멘트] 그럼 병원이 이 비급여 진료비 가격을 높게 책정하면 아무리 건강보험 혜택이 늘어난들 국민 의료비 부담이 떨어질 수 없겠네요. 이걸 줄일 수 있는 대책은 없는 겁니까?
[기자] 정부는 보험 적용이 되는 급여부분과 보험 적용이 안 되는 비급여부분의 가격 부담을 모두 줄이는 방법을 다각도로 찾고 있습니다. 의료기관에 의료행위별로 수가를 주도록 한 ‘행위별수가제’를 의료행위에 관계없이 질병별로 주도록 하는 ‘포괄수가제’로 바꾸는 방안도 그 중 하나입니다. 포괄수가제는 진료비 상한선을 정해놓기 때문에 비급여 진료비가 늘어도 전체 진료비는 일정하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 이밖에 건강보험료를 인상해 급여 혜택을 더 크게 늘리는 방안도 고려 중입니다. 하지만 이런 제도들의 시행에 앞서야 할 것은 병원들이 그들이 마음대로 책정하고 있던 비급여 부분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일입니다.
그래야 포괄수가의 범위도 설정하고 보험료 인상 수준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환부가 어딘지 알아야 치료를 할 수 있겠죠.
[앵커멘트] 비급여 부분의 투명한 공개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겠군요. 동아일보 이샘물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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