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한상’은 식당에서나… 1, 2인 가구 늘며 식기세트 기준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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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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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족이 둥근 밥상 앞에 옹기종기 모여 식사하던 풍경은 사라진 지 오래다. 과거 그릇 가짓수가 50여 개에 이르던 혼수 그릇세트(왼쪽)는 이제 부부만 단출하게 즐기는 2인 기준(오른쪽)으로 바뀌었다. 월드키친 제공
대가족이 둥근 밥상 앞에 옹기종기 모여 식사하던 풍경은 사라진 지 오래다. 과거 그릇 가짓수가 50여 개에 이르던 혼수 그릇세트(왼쪽)는 이제 부부만 단출하게 즐기는 2인 기준(오른쪽)으로 바뀌었다. 월드키친 제공

내년 2월 결혼을 앞둔 서정민 씨(31·여)는 혼수를 준비하면서 그릇 가짓수가 60개가 넘는 그릇세트를 사라는 어머니의 권유 대신 밥그릇과 국그릇, 그리고 커피잔이 2개씩 구성된 미니세트를 샀다. 서 씨는 “둘 다 맞벌이라 집에서 밥 해먹을 일도 별로 없는 데다 당분간 아이를 가질 계획이 없어 필요한 그릇만 준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가짓수가 60개가 넘는 8인용 그릇세트는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들의 혼수목록에서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혼수로 준비하는 그릇세트에 포함되는 그릇 가짓수는 20개 안팎으로 줄어들었다. 김옥자 롯데백화점 리빙패션상품기획팀 선임상품기획자는 “2인 가구가 늘어나고 자녀 갖기를 미루는 ‘딩크족(DINK·Double Income No Kids)’이 많아지면서 그릇도 단품이나 미니세트 위주로 구입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 상차림 기준이 바뀌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에는 2인 가구가 420만5000가구로 전체(1733만9000가구)의 24.3%를 차지한다. 1인 가구가 414만2000가구(23.9%)로 그 뒤를 잇는다. 1, 2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절반 가까이 되는 셈이다. 자녀도 몇 명 안 되는 데다 이들이 커서 분가하며 노부부만 남거나, 늦게 결혼하고 맞벌이로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 30대 부부가 늘고 있는 게 2인 가구의 증가 원인이다. 반면 그동안 줄곧 1위였던 4인 가구는 389만8000가구(22.4%)에 그쳤다. 5인 이상 가구는 8.1%(139만8000가구)로 주위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1980년만 해도 5인 이상 가구는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9.9%에 달했다. 당시 2인 가구는 10.5%, 1인 가구는 4.8%에 불과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부모, 2명 이상의 자녀 등 3대(代)가 한자리에 모여 밥 먹던 풍경이 낯설지 않은 때였다.

과거에는 ‘완성되지 않은 가족’처럼 여겨졌던 1, 2인 가구가 주류가 되자 기존 ‘4인 기준’ 상차림에도 변화가 생겼다. 혼수 그릇세트로 인기가 많은 한국월드키친의 코렐 제품은 요즘 2인을 기준으로 한 그릇세트가 4인 가족 기준보다 6 대 4의 비율로 더 많이 팔린다. 대형마트인 이마트에서도 올해 4인 가족 기준 그릇세트 매출은 전년보다 6%가량 줄었으나 필요한 수량만큼 골라 사는 단품 매출은 28% 늘었다.

○ 밥그릇도 작아져


부부 모두 일하는 맞벌이 가구도 늘면서 갓 지은 밥으로 아침 밥상을 차리던 풍경도 바뀌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배우자가 있는 1162만 가구 가운데 43.6%(507만 가구)가 맞벌이다. 4세 딸을 둔 워킹맘 최수연 씨(33)는 요즘 수프나 시리얼로 아침식사를 대신한다. 최 씨는 “출근 준비에다 아이 유치원 등원 준비까지 하려면 밥을 차려 먹을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맞벌이 가구의 증가로 서구의 식문화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밥그릇 크기도 줄어들었다. 행남자기 제품연구소에 따르면 ‘밥이 보약’이라던 1940, 50년대 밥 그릇 용량은 530∼550cc였다. 하지만 외식문화가 도입되면서 밥그릇 크기는 1960년대 500cc,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450cc로 줄어들었다. 요즘 나오는 밥그릇은 300∼350cc에 불과하다.

홀로 사는 가구가 급속도로 늘면서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그릇도 나왔다. 아침 겸 점심을 의미하는 ‘브런치(Breakfast+Lunch)’를 즐기는 20, 30대 싱글 여성이 늘면서 한국도자기는 아예 커피잔과 샐러드그릇, 접시로 구성된 브런치그릇 세트를 내놨다. 가스레인지 등 조리기구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싱글 남성을 위해 전자레인지에서 라면을 끓일 수 있는 라면 전용 그릇도 있다. 김지영 월드키친 마케팅팀 이사는 “요리할 시간이 없는 맞벌이나 싱글족, 노부부들 위주로 냉장고에서 바로 음식을 꺼내 먹는 식문화가 확산되면서 밀폐용기 등 간편식 위주의 그릇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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