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무더기 동점자 ‘비상’… 내신-면접 추가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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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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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운 수능’에 상위권大 정시 변별력 확보 골머리

“수능이 쉬워지면 정시는 어려워진다.”

입시 전문가들은 교육 당국이 ‘쉬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예고했을 때부터 이렇게 말해왔다. 13일 입시 기관들이 발표한 주요 대학의 합격 가능 예상 점수를 보면 이 예측이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상위권 대학들의 예상 합격 점수 차가 작아 합격 여부를 쉽게 점칠 수 없기 때문에 정시모집에서 많은 수험생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대학들은 지원자 간에 점수 차가 작을 뿐,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뽑는 데는 지장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수험생들은 수능 성적으로 합격 가능성을 판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시모집에서 눈치작전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시기관들이 추정한 합격선을 보면 인문계열 기준으로 서울대는 최소 390점대 초·중반이며 고려대 연세대도 이와 비슷하다. 성균관대, 서강대, 한양대 등의 최상위 학과도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합격선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만큼 최상위권과 상위권 학생들의 점수 차가 크지 않고 한두 문제의 실수가 결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서울대를 제외하면 상위권 대학들은 대부분 수능 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의 비중이 50∼70%다. 논술이나 학생부 영향이 없는 이런 전형에서는 특히 각 대학의 수능 반영 비율이 당락의 가장 큰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성균관대 자연계열은 외국어를 20%, 과학탐구를 30% 반영하지만 한양대 자연계열은 외국어 30%, 과학탐구 20%를 반영한다. 4개 영역 합산 점수가 같더라도 상대적으로 외국어를 잘 본 학생은 성균관대보다 한양대에서 합격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김명찬 종로학원 평가이사는 “정시모집에서 영역별 반영 비율과 가산점을 꼼꼼히 챙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시모집에서 미등록 합격 인원을 충원한다는 점도 정시의 변수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분석실장은 “수험생 수가 줄었는데 수시 지원율이 늘어난 것은 그만큼 중복지원이 많았고 중복 합격자도 많다는 얘기”라며 “수시 충원이 끝나는 12월 20일 이후 각 대학의 최종 정시 모집인원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의 수시 충원율이 60% 이상으로 높아질 경우 정시모집 합격선은 예상보다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험생의 점수가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상위권에서 동점자가 다수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별 동점자 처리기준을 잘 살펴야 합격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미 일부 대학은 동점자가 늘어날 것을 우려해 동점자 처리기준을 강화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에는 동점자가 생기면 수리영역이나 외국어영역 점수가 높은 학생을 우대했지만 올해는 다른 기준을 추가할 수 있다는 것. 가령 성균관대는 동점자 처리기준에 내신 성적을 추가하는 방안을, 중앙대는 의대 등에서 동점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안연근 잠실여고 진학부장은 “진학담당 교사들의 가채점 결과를 종합해 보니 최상위 바로 아래인 93∼96점대 상위권에 학생들이 몰려 있다. 이 학생들의 경우 동점자 처리기준이 합격의 관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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