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교과융합 ‘STEAM 교육’으로 과학에 흥미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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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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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인재교육의 현장을 가다 ‘경기 독정초’

《초등학교의 과학시간이면 학생들은 교사에게 이런 당돌하고 난감한 질문을 던지곤 한다. “지층에 대해서는 도대체 왜 배우는 건가요? 알아야 머리만 아프지, 실제로 먹고사는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잖아요?” 과학을 그저 ‘딱딱하고 비현실적인’ 과목으로 인식하는 아이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과학을 포기해버리기 일쑤다. 이는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이어지면서 기초과학이 붕괴되는 국가적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융합인재교육’이라는 새로운 개념은 바로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과학을 중심으로 기술, 공학, 예술, 수학 등 5개 영역이 서로의 경계를 넘어 대화하도록 만드는 ‘융합형 교육’을 통해 미래인재를 길러내자는 취지를 가진 이 교육개념은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예술(Arts), 수학(Mathematics) 분야를 넘나드는 교육’이라는 의미에서‘STEAM 교육’으로도 불린다. 과학이 다양한 학문분야와 긴밀한 접점을 가진다는 점을 깨닫는 순간 과학이 현실을 구성하고 이끄는 매우 흥미롭고 현실적인 과목이라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는 것.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진행 중인 ‘2011 융합인재교육 연구시범학교’ 사업이 주목 받는 까닭도 이런 맥락이다. 연구시범학교로 지정된 경기 독정초등학교를 찾아 융합인재교육의 현장을 들여다보았다.》
경기 독정초 4학년 1반의 융합인재교육 수업현장. 과학과 예술을 융합한 활동으로 공룡의 생김새를 알아보기 위해 퍼즐을 맞추고 있다.
경기 독정초 4학년 1반의 융합인재교육 수업현장. 과학과 예술을 융합한 활동으로 공룡의 생김새를 알아보기 위해 퍼즐을 맞추고 있다.
‘요리 보고 저리 봐도 음음 알 수 없는 둘리, 둘리∼.’ 1일 오전 9시 40분 경기 독정초 4학년 1반 과학수업.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의 주제가를 학생들이 하모니카로 연주하면서 수업이 시작됐다. 연주가 끝나자 최재운 담임교사는 ‘식육공룡인 티라노사우루스 새끼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긴 화석이 발견되었다’는 내용을 담은 신문기사를 학생들에게 보여주었다. 최 교사가 질문을 던졌다. “공룡의 생김새를 어떻게 알까요? 본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수업은 ‘공룡 퍼즐 맞추기’로 이어졌다. 학생들은 열다섯 조각의 퍼즐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공룡모습을 맞춰갔다. 퍼즐을 다 맞췄지만 공룡 신체의 일부분은 여전히 빈칸으로 남았다. 아이들은 색연필과 크레파스로 이 공간을 채워 넣으면서 공룡모습을 완성했다. 학생들은 자신이 완성한 퍼즐이 티라노사우루스의 사진자료와 얼마나 흡사한지를 비교하면서 뿌듯해했다. ‘과학’과 ‘예술’이 교육을 통해 한 지점에서 만나는 순간이었다.

이 반 이윤서 양(10)은 “하모니카 연주로 수업을 시작하니 수업에 더욱 흥미를 갖게 됐다”며 “교과서로만 배울 때보다 공룡 화석이 더욱 나와 가까운 대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후 ‘과학’은 ‘수학’과 만나기 시작했다. 최 교사가 아기공룡에 관한 정보를 나열한 글 자료를 교실 TV 화면에 띄웠다. ‘일반적으로 발자국 크기의 4배가 공룡의 뒷다리 길이라고 한다.…(중략)…보통 동물의 전체 크기는 뒷다리 길이의 5배가 된다고 가정한다. 화석 속 주인공인 아기공룡의 몸길이는 28인치다.’

최 교사가 질문했다. “아기공룡의 발자국은 몇 cm일까요?” 모둠별로 앉아있던 학생들은 머리를 맞대고 계산을 시작했다. 잠시 후 학생들은 너도나도 정답을 알아맞히려 손을 들었다. “3.9cm요!” 학생들이 사칙연산 중 곱셈과 나눗셈을 자연스럽게 익히는 순간이었다.

독정초는 9월 융합인재교육 연구시범학교로 지정됐다. 교사들은 태스크포스를 꾸려 9월 한 달간 학년별 및 교과별로 교과교육과정을 분석해 교과별 융합이 가능한 ‘STEAM’ 요소를 추출했다. 융합인재교육은 모든 학년에 걸쳐 교과별 교육내용의 20% 이내에서 주당 1, 2회 운영한다. 수업내용에 따라 심도 있는 수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2개 교시를 합쳐 80분짜리 ‘블록타임제’로 진행함으로써 충분한 토론과 실습을 한다.

이 학교 박인주 교장은 “과학을 어려운 과목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흥미를 높여주는 동시에 통합적 사고가 가능한 융합과학인재를 배출하는 것이 융합인재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좋다. 6학년 남궁지혜 양(12)은 “융합인재교육 후 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과학분야를 진로로 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융합인재교육은 아직 ‘진행형’이다. 과학을 중심으로 융합교육이 이뤄지다보니 과학에 대한 기초적 지식이 부족하면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 때도 있는 것. 또 ‘사칙연산’처럼 용어의 개념을 학생들에게 명확하게 심어줘야 하는 경우는 융합교육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학교 6학년 신연옥 담임교사는 “모든 수업을 융합교육으로 진행하기보다는 융합교육의 효과가 극대화되는 과목과 단원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작업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용인=오승주 기자 canta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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