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부담할 인건비-시설비, 등록금서 빼서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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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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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개대 年평균 187억… 등록금 과다책정 적발

대학 등록금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감사원이 3일 공개한 대학 등록금 중간 감사 결과에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대학들의 마구잡이 등록금 책정 실태가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2000년 이후 10년간 국·공립대 등록금은 2배, 사립대는 1.7배 폭등했던 이유가 일부 드러난 것이다.

감사원이 등록금 상승의 주된 요인으로 제시한 것은 △예산편성 시 지출은 과다, 등록금 외 수입은 과소 계상 △교비수입을 대학법인의 수입으로 회계처리 △교비에서 부담하지 않아야 할 비용을 교비에서 부담 △대학법인이 재정부담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 등이다.

이 중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 것은 고무줄 예산 편성이다. 대학은 예산을 편성할 때 지출액과 등록금 외 수입을 먼저 정한 뒤 차액은 등록금으로 채운다. 따라서 지출을 부풀리고 등록금 외 수입을 줄여 계상하면 등록금으로 채울 금액이 늘어난다. 감사원이 35개 대학의 2006∼2010년 예산을 분석한 결과 이처럼 지출을 부풀리고 등록금 외 수입을 줄인 금액이 연평균 6552억 원(학교당 연 187억 원)이었다.

대표적 사례로 A대학은 전년도 이월금 94억∼345억 원을 다음 연도의 세입에 넣지 않았다(수입 축소). B대학은 계획도 없이 3년간 건물 신·증축비 지출을 227억 원으로 잡았다가 집행하지 않았다(지출 확대). 예·결산에서 차이가 나는 금액을 모두 등록금으로 채운 것은 아니더라도 등록금 인상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설명이다.

교비에서 집행하지 말아야 할 돈을 교비에서 쓰거나 교비로 들어와야 할 돈이 들어오지 않은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공무원 신분인 국·공립대 교직원은 국가에서 급여를 받으면 되는데, 기성회비에서 별도로 인건비를 받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었다. 감사 대상인 6개 국·공립대에서 교직원에게 지급된 보조성 급여는 연평균 1479억 원으로 전체 기성회비의 30% 수준이었다. 또 25개 대학이 학교법인이 부담해야 할 교직원의 사학연금, 건강보험 등을 교비로 전가해 연평균 460억 원을 지급했다.

각 대학의 산학협력단은 정부에서 지원받는 연구비 중 일부를 학교시설 사용금으로 내야 하지만 내지 않은 경우도 허다했다. 19개 대학에서 연평균 754억 원의 수입이 들어오지 않았다. 이런 금액을 모두 합치면 연평균 약 9700억 원이 부당하게 지출됐거나 교비 세입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여기에다 14개 대학은 법인이 부담해야 할 학교시설 건설비를 교비에서 대부분 지출했으며, 대학별 연평균 부담액은 167억 원이었다.

이를 모두 감안하면 2010년 등록금 총액 5조1536억 원의 약 20%에 달한다. 일부 중첩된 금액이 있고, 물가상승에 따른 등록금 인상분을 감안하더라도 이 정도 액수면 등록금 15% 정도를 인하할 여력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감사원 측은 “대학마다 사정이 다르고 교육원가 산정 기준이 없어서 ‘대학이 몇 %의 등록금을 인하해야 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등록금 산정은 학교와 학생이 합의해 결정할 자율적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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